현대기아차가 도널드 존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경쟁사도 관세장벽 부딪혀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미국 완성차기업과 일본, 독일기업이 멕시코의 저렴한 인건비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고자 멕시코에 활발히 투자했다”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위험성은 높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완성차기업과 비교해 보면 현대기아차에게 득이 될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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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트럼프 당선인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물론이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까지 재협상해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정부는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에 판매되는 완성차에 관세율 35%, 한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2.5%가량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미국정부가 관세장벽을 높이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미국 완성차기업의 빅3로 불리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와 일본의 닛산,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현대기아차보다 더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비중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GM은 멕시코에서 44만 대, 포드는 31만 대, 닛산은 46만 대를 생산했고 폴크스바겐은 멕시코에서 24만 대를 생산해 미국에 들여왔다. 이에 따라 닛산은 23억 달러(2조6806억 원), 크라이슬러 12억 달러(1조3986억 원) 등의 손실을 볼 것으로 삼성증권은 추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차량의 65%를 미국에서 생산하면서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두지 않았고 기아차는 올해 5월부터 멕시코공장을 가동하며 현재까지 10만 대 정도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관세장벽이 강화하면 현대차는 1억5천만 달러, 기아차는 13억5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는 데 그칠 것으로 삼성증권은 추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공약한 것도 현대기아차가 수익성 타격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대 35%까지 물리던 기존 법인세를 앞으로 15%까지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의 법인세가 기존보다 20%포인트 낮아질 경우 2015년 실적을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8900만 달러, 4600만 달러의 수익을 추가할 수 있다.
◆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할 시간 벌 수도
현대기아차가 트럼프 당선인을 앞세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시간을 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꾸준히 친환경차 육성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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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 |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전략에서 수소전지연료차를 전기차보다 개발우위에 두면서 전기차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정부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육성정책을 포기하면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시간이 생길 것”이라며 “미국기업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는 2010년 12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0만 대를 넘어섰지만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는 같은 기간 3500여 대 팔리는 데 그치며 글로벌 전기차 판매순위 10위에 머물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을 육성해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미국에서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육성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2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매장돼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해야 한다”며 “환경오염을 막자고 주장하는 환경 마피아에게 돈 퍼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며 전기차 육성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