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인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발주자 신한은행이 현지화 전략에 힘을 싣는 가운데 KB국민, 우리, 하나은행도 주요 지역에서 영업망 확대에 나서면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인도에서 추가 지점 개설, 사업 영역 확장에 힘을 실으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 주요 시중은행들은 인도를 글로벌사업의 새로운 전략시장으로 점찍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갈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인도는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한국 대기업뿐 아니라 글로벌기업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이라며 “또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리테일금융 시장도 크기 때문에 해외 사업을 확장하기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도 “인도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평가되는데 인구의 평균 연령도 젊은 축에 속해 지속적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중국 대체시장으로 더욱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인도 첸나이와 푸네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현지 영업점을 3곳으로 늘렸다. 우리은행도 앞서 9월 푸네와 아메다바드에 신규 지점을 열어 모두 5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도 뭄바이와 데바나할리에 추가 지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빠르게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1996년 국내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 현지에 진출해 현재 뭄바이와 뉴델리, 푸네와 아메다바드, 랑가레디, 푸나말리 등 핵심 지역 6곳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까지 지점을 추가 개설하면 한국 4대 시중은행들이 인도 현지에서 운영하는 지점은 18곳으로 늘어난다. 2024년 3월 말 기준 4대 은행이 운영하는 전체 해외 점포(105곳)의 17%에 이르는 비중이다.
국토의 넓이, 인구 수 등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국내 주요 은행이 인도시장에 해외사업 역량을 분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 은행은 올해 지점 추가 개설 등을 발판 삼아 인도 현지에서 사업 영역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국민과 우리, 하나은행은 현재 인도 현지에서 한국계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과 수출입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인도 현지 기업 등으로 기업금융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하반기 새롭게 지점을 낸 인도 중심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는 자동차 등 제조업과 IT, 바이오테크까지 다양한 산업군의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다.
▲ KB국민은행과 현지 관계자가 16일 열린 인도 첸나이와 푸네 지점 개점식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KB국민은행 >
한국 현대자동차그룹도 인도 푸네에 20만 대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영업망 확대와 인도 현지 통합결제 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금융시장 개화에 발맞춰 현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금융 시장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인도 현지에서 리테일금융을 취급하는 한국 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이번 푸네와 첸나이 지점 개설을 통해 개인금융과 디지털금융까지 현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나은행도 인도에 지점을 확충하면 현지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사업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등 영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
앞서 9월 한국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금융회사 인도 진출 설명회’에 참석한 모하메드 아슈라프 인도 재무부 비서관은 “인도 모든 국민이 1계좌씩 보유하도록 하는 ‘잔 단 요다나(Jan Dhan Yojana)’ 정책을 통해 인도인의 금융접근성이 높아져 금융 수요도 그만큼 늘어났다”고 말했다.
인도가 인구 수 14억 명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점을 고려하면 개인금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국가 경제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코로나19 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최근 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 평균 8.1%를 보였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다.
인도는 정부가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국내총생산도 해마다 약 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중국시장 부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해 반사이익을 입을 대표적 수혜 국가로도 꼽힌다. 이미 애플, 마이크론 등 글로벌 IT, 반도체기업들이 인도에서 주요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인도시장에는 국내 금융사 12곳이 진출해 법인과 지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4대 은행을 포함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수출입은행, BNK부산은행 등 모두 8곳이 진출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