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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은 왜 디자인 기부를 할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8-12 19: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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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제주 삼다수 디자인을 무상으로 해주기로 했다.


정 사장은 이런 디자인 재능기부를 통해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려 한다.

정 사장은 이를 위해 ‘현대카드 디자인랩’ 사무실을 1급 보안구역으로 만들어 임원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통제하면서 디자인 역량을 애지중지한다.

◆ ‘국민생수’에 새 옷 입히는 정태영

현대카드는 제주도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주 삼다수 용기와 라벨 디자인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정태영은 왜 디자인 기부를 할까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 관계자는 “시판중인 500mℓ, 2ℓ 용기에 한해 삼다수 고유의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글자와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패키지의 삼다수가 출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 삼다수 디자인은 1998년 출시 이후 그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생수 1위 위상에 걸맞지 않게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카드는 편안한 자리는 물론 고급스런 자리에도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을 제주도개발공사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디자인에 따라 생산시설을 바꾸는 비용이 50억 원이 들기 때문에 실제 상품에 현대카드가 개발한 디자인이 적용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 정태영이 애지중지하는 디자인랩


정 사장은 2003년 취임하자마자 디자인실부터 만들며 디자인 경영을 강조했다. 특허청에 등록한 디자인 관련 특허만 81개에 이른다.

정 사장은 디자인 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2009년부터 ‘디자인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의 핵심은 ‘현대카드 디자인랩’이다. 이곳에서 현대카드의 디자인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은 디자인랩 공간을 가장 공들인다.

디자인랩은 현대카드 임원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1급 보안구역이다. 디자인실 직원 30여 명 외에 누구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다.

정 사장은 지난 6월 디자인랩을 새로 단장했다. 정 사장은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과 직접 만나 ‘생활을 위한 집 같은 사무실’ 아이디어를 나누고 디자인랩 공간을 바꿨다.

장 누벨은 “정태영 사장이 내가 원하던 것과 구성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디자이너들이 즐기고 창조하고 교환하고 최고로 자유롭게 이 공간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영은 왜 디자인 기부를 할까  
▲ 현대카드 디자인랩 <출처=현대카드>

새로 거듭난 디자인랩 공간은 ‘창고’ 형태로 뻥 뚫린 복층구조인데 2층에 창고에나 있을 법한 운동기구를 놓았다. 높은 천장 아래 텅 빈 공간에서 직원들이 때에 따라 가구와 조명까지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정 사장이 디자인 재능기부를 하면서 다양한 디자인 의뢰가 들어온다. 이정원 현대카드 디자인랩 실장은 “디자인 의뢰 가운데 디자인을 통해 낡은 통념들을 깰 수 있는 작업 위주로 선별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오이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해 베이지색 고무장갑을 내놓았다. 기존 고정관념이던 빨간색 고무장갑은 베이지색으로 바꾸고 꽃무늬나 레이스 앞치마에 무늬를 아예 없앴다. 이 제품들은 폭발적 인기를 얻어 월 매출 3억 원을 넘겼다.

다양한 공간에 현대카드의 디자인이 구현되고 있다. 세계적 디자인상을 수상한 ‘마이택시’에 이어 서울역 미디어 아트쉘터도 디자인했다. 제주시와 손잡고 ‘제주올레’ 코스와 버스정류장도 꾸몄다. 서울 청담동 여행도서관과 강원도 전통시장 가게간판에도 현대카드가 디자인을 입혔다.

◆ 정태영은 왜 디자인 기부를 할까

정 사장은 디자인을 무상으로 해주지만 현대카드는 디자인 경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이익을 얻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돈을 받고 디자인을 팔지 않지만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유무형의 이익이 있다”며 “주방용품이나 생수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현대카드다운 모습을 전달할 수 있고 M포인트 사용처를 개척하는 등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문에서 학습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공공영역에서도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잠재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펼친다. 현대카드가 디자인 기부를 해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역 아트쉘터, 제주 버스 정류장 등은 단순한 시각물이 아니라 지역의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는 “한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대카드의 동영상이나 이미지 광고를 보면 누구나 ‘아, 현대카드 광고구나’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디자인 기부를 통해 현대카드 고객만에게만 줄 수 있는 ‘배타적 혜택’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기부를 한 국립현대미술관과 제휴해 문화마케팅을 할 기회를 얻었다. 현대카드는 회원들에게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시 무료관람 혹은 50% 할인혜택을 제공했다.

  정태영은 왜 디자인 기부를 할까  
▲ 현대카드는 지난3월 제주도의 버스정류장을 새로 디자인해 제작했다. 이 정거장은 제주 고유의 대문 형태인 '정주석'과 '정낭'을 재해석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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