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글로벌 해운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사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2M’ 가입 성사 여부와 효과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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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창근 사장이 해운동맹 2M 가입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추진 중”이라며 “가입의 계약조건에 따라 해운사의 이익이 크게 엇갈려 계약조건을 따져보고 다른 해운사와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7월 2M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5개월 가까이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가입 자체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2M 소속의 머스크라인과 MSC가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으로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머스크라인과 MSC는 2M에 현대상선을 영입해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확대하려 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기존 한진해운 화주들이 현대상선이 아닌 머스크라인과 MSC에 짐을 맡기면서 현대상선의 필요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현대상선과 MSC가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놓고 맞설 가능성이 불거면서 현대상선의 2M 가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진행하는 법원은 롱비치터미널을 아시아와 미주노선과 함께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을 포함해 아시아와 미주노선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들이 알짜자산인 롱비치터미널을 함께 매각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SC는 롱비치터미널의 2대주주로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MSC도 롱비치터미널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경우 현대상선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유창근 사장이 현대상선의 2M 가입에 성공하더라도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라인과 MSC 틈바구니에서 실속을 챙기기 위해서는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사장은 한진해운의 자산인수를 통해 현대상선의 몸집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와 미주노선, 롱비치터미널뿐만 아니라 한진해운이 소유한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과 초대형 선박 등도 현대상선의 인수대상 목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진해운 자산흡수의 첫 단추인 아시아와 미주노선 인수전부터 현대상선의 자금동원 능력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인수에 쓸 수 있는 자금은 2천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법원이 아시아와 미주노선을 롱비치터미널과 함께 매각을 추진해 가격을 끌어올린 데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사모펀드까지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현대상선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상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한진해운 자산인수에 당장 활용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11월 중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를 위한 자금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현대상선이 국적선사로서 국내 해운업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상황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며 “해운동맹 가입과 한진해운 자산인수를 통해 얼마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