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마윈 알리바바 회장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허가 및 짝퉁 명품업체들을 잇달아 몰아내고 있다. 알리바바가 벌이고 있는 ‘짝퉁과 전쟁’은 해외 명품업체들을 입점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알리바바가 미국증시 상장에 앞서 이미지 개선을 통해 몸값을 높이려 한다고 본다.
◆ 짝퉁 이미지 벗기 나선 알리바바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알리바바가 대대적으로 가짜 명품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밥 바치시 국제반모조품연합(IACC) 회장은 “최근 알리바바와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가짜상품을 단속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IACC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진품만 판매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짜명품은 세계적 문제”라며 “특히 알리바바의 T몰과 타오바오는 가짜명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짝퉁들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현재 7만 명의 판매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T몰은 정규시장과 암시장의 중간적 성격인 ‘회색시장(grey market)’으로 불리고 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경우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짜 명품 판매업체 수가 700개나 된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최근 몇 달 동안 무허가 명품 판매업체들을 쇼핑몰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많은 업체들이 사라졌다.
지난 3월까지 50개가 넘던 영국 버버리 상품을 파는 무허가업체들은 현재 T몰에서 모두 퇴출됐다. 미국 화장품업체인 에스티로더의 제품을 본사 허가없이 팔았던 40여개 업체들도 쫓겨났다.
홍콩에 본사를 둔 명품 병행수입 전문업체 폼페이홀딩스의 빈센트 웡 회장은 “T몰이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최근 T몰로부터 퇴출통보를 받아 더 이상 상품을 팔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짜상품 및 무허가업체들과 전쟁을 벌이는 데 1년에만 1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지난해에만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품을 1억 개나 적발했다고 말했다.
◆ 명품업체 입점 통해 상장 전 몸값 올리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알리바바가 명품업체들을 직접 유치하기 위해 최근 무허가 및 가짜명품 판매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알리바바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한 명품업체들의 입점일자와 병행수입업체 및 무허가업체들의 퇴출일자를 살펴보면 거의 같은 시점임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버버리가 T몰에 입점하자 알리바바는 무허가업체들을 모두 몰아냈다. 에스티로더가 지난 5월 T몰에 들어왔을 때도 비공식 판매업체들이 모두 사라졌다.
반면 알리바바에 입점하지 않은 구찌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의 무허가판매 업체는 더 늘어났다. 구찌의 경우 지난 4월 T몰에 입점한 무허가업체는 63개였는데 지난 6월 69개로 증가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리서치회사 L2의 창립자 스콧 갤러웨이는 “알리바바는 명품업체들에게 가짜상품과 무허가 업체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는 알리바바에 입점하려는 명품업체들에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상당수 명품업체들은 알리바바 입점을 꺼리고 있다. T몰과 타오바오가 지니고 있는 저렴한 이미지가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지속적으로 단속의지를 보인다면 이들 업체들도 결국 입점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명품업체들이 세계최대 명품소비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약 3천억 달러로 이중 알리바바의 T몰과 타오바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나 된다. 2012년 T몰과 타오바오의 거래액은 약 1600억 달러 이상으로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전문가들은 명품업체 유치를 통해 짝퉁 이미지를 벗으려는 알리바바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음달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짜상품을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업체인 ‘브랜드스트라이크’의 다미안 크로커 최고경영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짝퉁판매로 돈을 번 알리바바의 주주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기업가치 평가액을 종전 1170억 달러에서 1300억 달러로 10% 이상 상향조정했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 리서치의 카를로스 키르히너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기업가치를 2300억 원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