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병일 광주은행장이 지역상생을 앞세워 8조 원 규모의 광주시금고 수성에 힘을 싣는다.
지역금고는 애초 지방은행들의 텃밭사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시중은행들의 적극적 참여로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 고병일 광주은행장이 강조한 ‘지역 상생 밀착 경영’이 광주시금고 수성에 힘을 실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고 행장이 2024년 하반기 광주은행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광주은행> |
고 행장 입장에서는 연말 임기가 끝나 연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광주시금고 수성이 중요할 수 있다.
3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광주시청에서 광역시금고 지정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선 금고 지정 신청 제출 서류 작성 방법 안내 등이 진행됐다.
광주시금고 선정에는 광주시에 지점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주시금고 관리 기관으로 지정되면 2025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4년 동안 광주시 예산을 취급한다.
광주시는 23일부터 24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해 11월에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광주시금고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1금고와 나머지 예산을 관리하는 2금고로 나뉘어 있다.
올해 기준 광주시 예산은 8조2천억 원 규모다.
1969년부터 지금까지 55년 동안 광주시 1금고는 광주은행이 맡아서 관리해 왔다. 현재 2금고는 KB국민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금까지 1금고와 2금고 신청을 동시에 받았으나 이번 선정부터 1, 2금고 별도 공모를 시작해 시중은행의 관심이 더 쏠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통합 공모 방식에서는 광주은행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시중은행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모집부터는 1금고와 2금고 가운데 한 군데만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금고 선정에 뛰어들어볼 여지가 커졌다.
고병일 행장은 1금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역은행 강점에 바탕한 지역상생 활동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 행장은 2023년 1월 취임한 뒤 꾸준히 지역 경제와 상생을 강조하며 고객과 지역민으로부터 지역 밀착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5대 추진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역상생 경영’을 제시하며 지역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민생금융지원 및 포용금융 확대를 세부 실천 방안으로 내놓았다.
실제 고 행장은 지역 상생 밀착 경영을 목표로 올해 광주은행 예산에서 민생금융지원 293억 원, 서민금융·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 상생금융지원에 1조3천억 원을 편성했다.
▲ 광주은행은 올해 추석명절 지역 중소기업 특별자금지원을 실시하는 등 지역 상생에 힘쓰고 있다. <광주은행> |
이에 따라 광주은행은 8월14일 추석 명절맞이 중소기업 특별자금지원, 8월9일 풍수해 피해업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투자를 확대했다.
광주은행은 이런 노력에 힘입어 금융당국이 8월28일 발표한 ‘2024년도 금융회사 지역재투자 평가결과’에서 최우수등급을 받기도 했다. 지역재투자 평가항목에는 지역 중소기업 대출 지원, 지역 인프라 투자, 지역금융 지원 등이 포함됐다.
지역재투자를 인정받는 건 시금고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광주시금고 지정 평가 기준은 통상적 지역금고와 유사하게 100점 기준 재무안정성(27점), 시민이용 편의성(24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2점), 시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지역사회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7점) 등이 배정돼 있다.
지역사회기여 부문은 상대적으로 배점은 높지 않지만 재무안정성, 편의성, 관리역량 등에서는 도전장을 던지는 은행들이 유의미한 차이를 내기 쉽지 않은 만큼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고 행장이 2023년 1월 취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도 이번 광주시금고 수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역 기반의 시금고는 지역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시중은행보다 자금 취급 규모가 작아 시금고나 지역금융을 바탕으로 예금을 유치해 대출을 내주면서 수익을 낸다.
광주은행이 지난해 50년 동안 유지해 온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준 상황에서 광주시금고 수성마저 실패한다면 고 행장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은 2023년부터 지역금고 선정에 전보다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 같이 양호한 신용등급의 고객을 유치해 주거래고객으로 삼는 등 부가적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울산시금고 공모에선 BNK경남은행이 출혈경쟁 끝에 간신히 1금고를 수성했다.
올해 8월 열린 부산시금고 공모에도 1금고에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참전해 현재 1금고를 관리하는 BNK부산은행과 경쟁하고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광주은행에 시금고 중요성이 큰 만큼 유관 부서 모두 힘을 모아 최종 선정까지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