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실적개선에 힘입어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영구채 발행하지 않아도 재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일 “대한항공의 실적이 개선되어 당장 영구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영구채 발행계획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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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
대한항공은 3분기에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낸 데 힘입어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성공하자 영구채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미뤘다.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568억 원, 영업이익 4476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34.9% 증가하며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한진해운 관련 손실금액 8251억 원을 회계상에 반영했다. 올해 2분기 부채비율은 별도기준으로 1109%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3분기에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부채비율이 917%로 떨어졌다.
수익성이 개선되자 영구채를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올해 9월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30년 만기로 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해외 기관투자자가 한진해운 리스크를 이유로 7%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면서 대한항공이 영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가 아닌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로 여의치 않았다.
대한항공이 당분간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기로 결심한 만큼 대한항공에게 4분기 실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4분기에 장거리노선에서 매출 증가에 힘입어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일 “대한항공이 미국의 델타항공과 공동운항을 재개해 태평양노선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실적을 늘릴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연료비 부담이 크지 않고 장거리노선에서 안정적으로 마진을 확보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은 11월부터 미국의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공동운항하는 노선을 기존 32개에서 159개로 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미주, 구주노선 등 장거리노선에서 전체매출의 49%에 해당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장거리노선은 저가항공사가 진출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경쟁강도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협력을 통해 장거리노선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저유가 기조도 대한항공이 4분기 실적을 늘리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유류할증료가 부과되는 기준금액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신 연구원은 “유류할증료는 배럴당 63달러부터 부과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밑돌고 있어서 항공유가가 대한항공의 실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4분기부터 한진해운 관련 손실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 관련 손실비용은 3분기까지 다 반영됐다”며 “앞으로 한진해운에 추가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