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의 감정까지 통제하려 들 것이다.”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사생활뿐 아니라 감정까지 통제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페이스북은 2분기 깜짝실적을 내며 시가총액에서 IBM을 제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사생활침해 논란에 더해 이번에 인격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며 논란을 벗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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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브게니 모로초프 |
러시아 출신 작가인 예프게니 모로초프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페이스북은 당신의 사생활이 아니라 인격을 침해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이 글에서 페이스북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용자의 사생활뿐 아니라 인격을 침해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로초프는 페이스북이 논란을 빚었던 ‘감정조작 실험’을 예로 들며 "페이스북 또는 그와 비슷한 SNS가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사생활을 침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기술적 하부구조의 변수를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모로초프는 "페이스북이 아직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슬프게 할 권한은 없지만 만약 그렇게 하는 것이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페이스북은 기꺼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혹은 슬프게 만들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최근 실적 발표회장에서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돌직구를 날렸다.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지극히 제한된 사적 공간을 왜 만들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모로초프가 페이스북이 인격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근거는 이른바 ‘감정조작 실험’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5월 1만3천여 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뉴스피드에서 ‘긍정’ 혹은 ‘부정’의 감정을 담은 포스트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이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실험하고 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다.
모로초프는 페이스북이 비즈니스나 사회적 의지에 맞도록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페이스북을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흔히 말하듯 사생활 침해 때문이 아니라 이용자의 정체성까지 영향을 미치려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로초프는 벨로루시 태생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다. 그는 불가리아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대학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뉴욕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에 광범위한 주제로 글을 써왔다.
특히 모로초프는 인터넷이 개인의 자유를 발전시키고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2011년 ‘인터넷 자유의 어두운 면’과 2013년 3월 2번째 책 ‘모든 것을 구하기 위하여’에서 사이버 이상주의를 비판하고 인터넷 자유주의에 대한 논쟁을 다뤘다.
페이스북은 지난 8일 시가총액이 1890억5400만 달러로 1861억8060억 달러인 IBM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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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페이스북은 올 2분기 매출 29억1천만 달러, 영업이익 13억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고속성장하고 있다. 이용자 수만 많을 뿐 수익모델이 없어 거품이라는 지적을 보기 좋게 잠재웠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소송이 이어지는 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막스 슈렘스라는 한 법대생은 ‘fbclaim.com’을 개설하고 페이스북 이용자 2만5천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집단소소을 준비중이다.
소송 참가자들은 1인당 500유로의 손해보상을 청구할 계획이어서 총 소송금액이 125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 이유 가운데 웹사이트에 ‘좋아요’ 버튼을 통해 이용자를 모니터링해온 감정조작 실험도 포함돼 있다.
이는 모로초프가 주장한 감정조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페이스북을 둘러싼 논란이 인격침해 논란까지 확대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