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농협은행에서 올해 들어 4번째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또 다시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났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취임 때부터 '고객 중심'과 '기본'을 강조했으나 다시 원점부터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 행장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농협은행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가야할 길이 만만치 않게 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 NH농협은행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드러나면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사진)이 강조해 온 '고객'과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2024년 2월 신입행원 특강에서 발언하는 이 행장.< NH농협은행 >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농협은행에서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드러나면서 올해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10억 원 이상 금융사고는 모두 4건으로 늘었다.
농협은행은 서울에 있는 한 지점에서 횡령 가능성이 있는 부당여신거래 행위를 발견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직원은 2020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지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농협은행에서 다른 금융사고들이 적발되던 시기에도 버젓이 부당 대출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농협은행에서는 앞서 3월 109억 원 규모 부당대출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5월 53억 원, 11억 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잇달아 적발됐다.
이번 금융사고는 금감원 감사 이후 여신거래 관련 상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적발됐다. 농협은행이 전체 지점을 대상으로 상시 감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고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행장이 취임부터 고객 신뢰와 기본을 특히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 행장은 2023년 1월 취임사에서 “모든 업무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고객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고객이 먼저 찾는 은행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옛말에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있다”며 “우리의 기본가치를 고객에 두고 본립도생의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면 농협은행의 미래경쟁력 강화와 지속성장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는 이 행장은 남은 임기 추락한 농협은행의 이미지와 고객 신뢰 회복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금융사고로 이 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인데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신뢰 회복의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 NH농협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금융당국은 10월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책무구조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곳은 없다.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를 화두로 꺼내며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책무구조도 1호 금융사 자리를 차지한다면 이미지 반전을 노려볼만 한 셈이다.
이 행장은 6월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금융사고 근절 방안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현재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강화한 상시 감시시스템을 도입해 이번 금융사고가 적발된 것이다”며 “현재 내부통제 관련 감시시스템 강화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바라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