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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정부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3사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3사체제를 이어갈 경우 국내 조선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결국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다같이 버티자는 얘기인데 다른 조선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 근본적 공급과잉 문제 손도 못대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안고 가기로 하면서 결국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결국 다른 회사들이 고용이나 설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언제 수주가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감을 나눠야 하는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2018년부터 수주가 늘어나 업황이 좋아진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 자구계획은 2018년까지 마련했다”며 “그 이후에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곳곳에서 수주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상한선 비율을 현행 3.5%에서 0.5%로 규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주가 언제부터 회복될 것인지를 놓고 전문기관마다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회복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최근 펴낸 ‘신조선시장의 장기수요 전망’ 보고서에서 선박 발주물량이 2016년 586척, 2017년 790척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18년에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맥킨지는 더 보수적으로 시장을 내다봤다. 맥킨지는 2020년 이후에도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맥킨지는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기간이 2~3년인 점을 고려하면 2016년~2017년 수주급감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대형 조선3사의 매출이 최근 5년 평균의 절반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가 회복되는 속도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저가 수주경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이후 신규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수요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아 경쟁사들 간 수주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꿔 말하면 2018년 이후에도 업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한다는 말”이라며 “결국 모두 함께 좋아지거나 모두 함께 고사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을 비교하며 조선업의 새 판을 잘 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조선업계도 한진해운 사태 못지 않다”며 “과거 항공업계 재편으로 한국항공우주가 탄생했듯이 조선업 재편이 한국 조선업계의 존속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 수출산업 조선업, 내수로 부양할 수 있나
정부가 내놓은 세부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2020년까지 11조 원 규모, 25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하기로 했다. 극심한 수주절벽을 정부의 간접적 지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하는 물량 가운데 국내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자국 발주 비중은 20% 수준에 그친다.
결국 억지로 수요를 쥐어짜겠다는 방안인 만큼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최근 일본 조선사들이 수주를 늘리고 있지만 결국 '반짝'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일본 조선사들의 일본 내부 발주비중이 80%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군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에서 7조5천억 원가량을 발주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조선3사 가운데 특수선사업에 가장 강점을 지닌 만큼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세금으로 죽어가는 기업을 살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표적 수출산업인 조선업을 내수부양을 통해 끌고 가겠다는 의미”라며 “방산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