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D램 업황의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세공정전환 등 대규모 투자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내년부터 공급과잉현상이 벌어져도 경쟁사와 비교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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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1일 “최근 5년동안 이어졌던 D램 평균가격 하락세가 일단락됐다”며 “스마트폰업체들이 갤럭시노트7 단종 수혜를 노려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분기 모바일D램의 평균가격은 3분기보다 2.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모바일D램 구매가격은 10%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결정하자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대체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D램 등 스마트폰 주요부품의 수요를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 수요급증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재고상승으로 이어져 내년 1분기부터 다시 D램 업황악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대량의 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1분기부터 스마트폰과 PC 등 D램을 탑재하는 주요제품이 비수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D램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20나노와 18나노 미세공정전환에 선제적 투자효과로 내년에 업황악화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의 D램 미세공정 전환속도는 경쟁사들보다 최소 1년 이상 빠른 수준”이라며 “올해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벌인 성과로 내년에 업황악화의 영향을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공정전환 등으로 반도체에 모두 13조2천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로 업황변화 가능성에 대응한 셈이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 전무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D램은 계속해 미세공정전환에 집중해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최초로 8기가 모바일D램 양산에 성공하는 등 D램 기술력에서 경쟁사들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도 메모리반도체 실적방어에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고성능 하드웨어 출혈경쟁을 벌이며 올해 대부분의 전략스마트폰에 6기가 램을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8기가 램도 이미 중국 고객사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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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8기가 모바일D램. |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매출에서 63% 정도를, 영업이익에서 82% 정도를 아직 D램에 의존하고 있다. 낸드플래시가 본격적인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D램의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SK증권은 삼성전자가 미세공정전환 가속화 성과로 올해 3분기 42% 정도를 기록한 D램 영업이익률을 4분기 48%, 내년 1분기 51%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경우 미세공정전환이 늦어 내년 상반기부터 D램 업황악화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는 “SK하이닉스가 내년 말까지 계획한 20나노 공정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체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에도 중국업체들의 메모리 수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나노 초반대의 D램 미세공정비중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