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국적선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세계 5위권 초대형 글로벌 원양선사를 키우고 중견선사가 세계 15위권의 차세대 대형선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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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세계 5위라는 말은 특정 선사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운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국적 원양선사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방안은 사실상 현대상선 키우기가 핵심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9월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선복량을 현대상선이 담당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상선의 선복량을 일이년 안에 70만 TEU로, 중장기적으로 100만 TEU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재 46만 TEU 정도다.
글로벌 5위 해운사인 에버그린의 선복량이 99만 TEU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내놓은 이번 방안은 사실상 현대상선을 글로벌 5위로 키운다는 목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현대상선은 선대와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정부의 지원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에 신규 선박의 발주를 지원하는 선박신조지원프로그램의 규모를 애초 12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 벌크선, 탱커선까지 확대했다.
또 한국선박회사를 설립하고 캠코의 선박펀드 규모를 확대해 해운사의 용선료 등 비용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한국선박회사 설립에 1조 원이 투입하며 캠코의 선박펀드 규모를 애초 1조 원에서 1조9천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올해들어 1만 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을 빌리는 방식으로 선박대형화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선박신조지원프로그램을 통할 경우 초대형 선박을 직접 발주하거나 한국선박회사와 선박펀드의 지원을 받아 용선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은 글로벌해양펀드를 통해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글로벌해양펀드를 개편해 2020년까지 선사들의 항만터미널 매입 등 국내외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들이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도 적용될지 무엇보다 관심이 쏠린다.
현대상선은 현재 한진해운의 아시아와 미주노선 유무형자산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와 미주노선 자산보다 롱비치터미널 등 한진해운이 소유한 항만터미널이나 초대형 선박 등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점찍어둔 매물이 나올 경우 또다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5000%대에서 2분기 200%대로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유동성 자산은 1조 원 정도였지만 부채는 4조 원 이상으로 유동성 자산의 4배 이상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이른 시일 안에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과 정책금융기관의 펀드구조 설계 등 후속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