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청산 위기를 모면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해양플랜트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을 제시하며 살 길을 마련해 줘 정성립 사장은 앞으로 해양플랜트를 제외한 상선부문만으로도 독자생존할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 대우조선해양, 상선부문에서 살 길 찾아야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선박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스스로 일어설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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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부는 이날 발표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생존시키기로 결정했다. 애초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는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경영진단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정부는 일단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3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해양플랜트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신규수주는 하지 않은 채 현재 확보해놓은 일감의 인도만 마무리하면 사실상 해양플랜트사업에서 손을 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해양플랜트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기는커녕 대규모 손실을 내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이 앞서있다고 평가되는 선박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크게 선박과 해양플랜트, 특수선(방산)부문의 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수선부문은 정부의 발주에 따라 사업규모가 정해지는 점을 고려할 때 해양플랜트사업을 떼어낼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선박부문에서 살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9월 말 기준으로 모두 350억9천만 달러에 이르는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선부문의 수주잔량은 전체의 46%가 넘는 162억6천만 달러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조선3사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건조하는데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쇄빙 LNG운반선을 진수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LNG선박의 수주잔량을 놓고 봐도 이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척수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LNG선박(51척)의 비중은 상선 수주잔고(89척)의 57%가 넘는다.
◆ 정성립, LNG선박 저가수주에 따른 위험 없나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LNG선박의 비중이 높은 점이 향후 독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에 LNG선박을 무려 37척이나 수주했다. 같은 기간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6척과 5척의 LNG선박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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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1월 진수한 LNG 쇄빙 운반선. |
2014년은 해양플랜트 수주를 놓고 조선3사가 치열하게 수주경쟁을 펼쳤던 시기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을 위해 저가수주에 앞장섰던 것으로 파악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조선업계는 고 전 사장이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LNG선박 수주전에서도 저가수주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4년 이전에는 조선3사의 LNG선박 수주실적이 비등했는데 2014년에만 유독 대우조선해양의 LNG선박 수주실적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LNG선박을 인도할 때마다 저가수주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낼 수도 있다고 조선업계는 보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여태껏 향후 발생가능한 손실을 지난해 모두 털어냈기 때문에 앞으로 적자가 날 것으로 관측되는 프로젝트가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LNG선박부문에서 추가손실이 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수포가 되는 것은 물론 정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영정상화 작업도 추동력을 잃게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월에 해양플랜트 저가수주에 따른 후유증으로 2013~2014년 사업보고서에 기록됐던 9121억 원의 영업이익을 1조5109억 원의 손실로 바꾸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