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출자전환을 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하는 방안은 11월25일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의 주주총회일정 등을 감안해 다음주 안에 전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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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입은행과 함께 최대 3조 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 측과 한차례 만나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4조2천억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신규대출 3조2천억 원, 유상증자 1조 원)에 따라 산업은행은 2조 원, 수출입은행은 1조1천억 원가량을 지원했는데 이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을 확정하기 전에 빌려준 여신까지 출자전환 대상으로 넣을 가능성도 나온다. 두 은행이 지원안을 포함해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여신규모를 살펴보면 산업은행 5조5천억 원, 수출입은행 9조5천억 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이 출자전환을 했는데도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부실한 상태일 경우 혈세낭비 논란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9월에 정부로부터 1조 원을 지원받아 10%를 밑돌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렸다. 수출입은행은 이 비율을 2019년까지 10.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을 했다가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을 수도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의 의뢰를 받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자문서를 근거로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을 한다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일이 아니고 채권단의 협약도 없어 법을 어길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절벽에 부딪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출입은행의 출자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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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안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1조 원 규모의 신규유동성만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2017년 말까지 살아남으려면 수출입은행의 출자전환 참여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출자전환을 결정해도 출자전환 비율을 놓고 산업은행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만큼 수출입은행보다 더 많은 돈을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에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결정할 때도 지원비율을 놓고 산업은행과 의견차이를 보였다. 그때는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조율에 나섰지만 지금은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출자전환 대신 대우조선해양에서 발행한 영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구채는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영원히 지급하는 채권으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