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을 북미에 출시하고 애플과 구글에 맞서 본격적인 판매경쟁에 들어갔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북미시장의 점유율을 방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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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31일 “LG전자는 야심작이었던 G5의 흥행에 실패하며 V20으로 만회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미국에서 애플 아이폰7과 구글 픽셀에 맞설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즌과 AT&T,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등 미국과 캐나다 주요 이통사들은 28일부터 V20의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출고가는 670달러에서 830달러 사이로 책정됐다.
LG전자는 V20에 고성능 프로세서와 듀얼카메라, 고품질 음향기능과 단축키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 디스플레이 ‘세컨드 스크린’ 등을 적용해 하드웨어 분야에서 LG전자가 갖춘 장점을 총집결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7과 구글 픽셀이 모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이런 하드웨어 중심전략이 실제로 소비자에 인기를 끌 수 있을지를 놓고 관측이 엇갈린다.
전자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V20을 놓고 “LG전자가 출시한 역대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며 “최고 수준의 성능과 다양한 기능들로 무장해 환상적인 사용경험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포브스는 “V20은 기술경쟁력이 돋보이지만 미국에서 흥행하기 알맞지 않은 제품”이라며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은 주로 아시아지역에서 인기를 끄는 경쟁요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아이폰7은 하드웨어 변화가 적은 대신 카메라와 인터페이스 등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해 편의성과 체감성능을 강화했다. 구글 픽셀 역시 음성인식서비스를 적용한 새 인터페이스 등 소프트웨어 경쟁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시장에서 V20의 흥행 여부에 어느 때보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올해 모두 1조2천억 원의 큰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미시장이 사실상 반등을 위한 마지막 승부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가 큰 북미지역에서 V20의 흥행여부는 스마트폰 실적을 크게 좌우한다. 더욱이 LG전자가 북미에서 점유율 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시장도 지켜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V20은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에 밀려 10% 안팎의 판매량점유율을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LG전자가 한국에서 스마트폰시장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15%에 가까운 미국시장 점유율마저경쟁사들에 빼앗길 경우 향후 사업전망이 더 깊은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
MC사업본부는 최근 스마트폰 영업조직을 북미시장 전담으로 전환하며 한국 영업조직을 가전사업과 통합할 정도로 북미시장 공략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또 미국 이통사들과 강력한 협력관계를 앞세워 V20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중저가 스마트폰 한대를 제공하거나 케이블TV에 가입하면 V20을 사실상 무료제공하는 등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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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스마트폰 'V20'. |
이런 노력에도 북미에서 V20의 흥행에 실패하면 스마트폰사업을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승우 IBK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근본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2018년까지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V20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LG전자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되찾아 내년 출시할 G6에 기대를 걸 수 있다. 북미에서 V20으로 얼마나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G6의 흥행 여부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LG전자의 상황을 봤을 때 V20의 개발과 출시전략을 짜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프리미엄 가치를 증명하는데 성공해 이런 노력을 인정받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LG전자가 연말까지 V20을 70만 대 정도 판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에 기여하는 폭은 크지 않겠지만 스마트폰시장에서 브랜드 입지확보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