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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월11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4 둘째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사업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기>
이에 일각에선 장덕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거나 전임자인 경계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사장처럼 삼성전자로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3일 삼성전기의 실적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2022~2023년 중국 시장 악화와 함께 이어진 2년 동안의 실적 부진을 털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기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7%, 12.6% 증가하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이런 실적 개선은 삼성전자가 AI 시대에 잘 대응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장덕현 사장이 AI로 수요가 급증한 반도체기판, 차량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왔던 것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장 사장은 전장용 MLCC 기술 개발에 힘쓰며 고객사를 다양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전장용 MLCC로만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울 만큼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 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장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로 선임된 이유도 강력한 기술 혁신 의지 때문이었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과 시스템 LSI사업부 LSI개발실장,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등을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대표이사 선임 당시 삼성전기 측은 장덕현 사장을 두고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의 기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장 사장의 임기는 2025년 3월16일까지로, 이제 단 7개월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장 사장을 전임자인 경계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비교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걸어온 행보가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경계현 사장 역시 삼성전자에서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에서 근무하다 플래시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등을 거쳐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삼성전기에서 3년 임기를 마친뒤 2022년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연스럽게 장 사장도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경계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사장이 지난 5월3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장덕현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기 대표에서 삼성전자로 복귀한 사례는 경 사장이 유일하다. 또 장덕현 사장 주도로 삼성전기의 AI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리더십이 유지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덕현 사장과 과거 경계현 사장에 맞이했던 경영환경도 완전히 다르다.
경 사장은 삼성전기 임기 첫 해인 2020년부터 삼성전기의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게다가 2021년에는 매출 9조6750억 원, 영업이익 1조4869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만들었다.
이후 2022년 경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실적을 인정받아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반면 장 사장은 2022년 취임 직후 업황이 악화되며 2년 동안 실적 감소를 경험했다. 세계 IT 수요가 감소했고, 특히 삼성전기 MLCC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이 악화된 탓이다.
게다가 장 사장의 임기 동안 AI에 대응한 체질개선이 중요해지며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실제로 장 사장은 미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기판 기술을 AMD와 함께 개발했다. 또 기판 두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어 미래 반도체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기술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 문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다만 지난 1월 장 사장이 자신의 신사업을 발표하며 개발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인만큼 연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