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올해 2월 첨단소재 사업을 위한 ‘AI 추진사무국’을 신설했다. 이곳은 예측 설비유지보수, 최적 소재조합 시뮬레이션 등 현장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소재(스페셜티)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소재 사업은 지난해 기준 롯데케미칼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기초화학 부문에 쏠린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균형잡힌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첨단소재 사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첨단소재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1344억 원, 영업이익 757억 원을 거두며 주력 기초화학 부문의 부진을 일부 메꿨다. 성수기 효과가 계속되고 중국의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는 이구환신 정책으로 내구재 수요가 개선돼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석유화학 업황에 따라 전사 실적이 요동쳐왔다.
석유화학업계에 불어닥친 고유가, 중국업체의 대규모 증설, 전방수요 둔화 등에 따른 어려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며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 연간 실적에서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범용소재 공급과잉, 중국 경기개선 둔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어 적자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훈기 사장은 구조적 부진에 빠진 기초화학 사업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말레이시아 법인 LC타이탄, 롯데케미칼파키스탄 등의 해외법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7월4일 서울 여의도 더케이타워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사업구조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각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LC타이탄은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생산하는데 2023년 영업손실 2541억 원을 내며 전사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말레이시아 현지 증시에 상장됐는데 시가총액은 약 7천억 원이다.
롯데케미칼파키스탄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를 생산한다. 테레프탈산은 2020년부터 롯데케미칼이 비핵심사업으로 보고 국내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제품이다. 롯데케미칼파키스탄은 지난해 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가 올해 1월 현지의 불확실한 정세 탓에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중국 내 기초 석유화학 생산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매각했다. 중국 허페이법인, 폴란드 판매법인(롯데케미칼폴란드), 계열사 케이피켐텍도 처분하는 등 기초화학 부문의 군살을 줄여왔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는 8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금리 등 시장상황과 석유화학 업황 회복 지연 등 요인들로 기초화학 자산의 거래가 이뤄지기 쉽지는 않다”면서도 “다양한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고 일부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진도가 나가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