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이미지. <삼성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중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퀄컴, 미디어텍 등과 가성비(가격대비성능)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인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중저가 AP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AP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중급 AP로 개발하고 있는 ‘엑시노스1580'(가칭)의 성능 시험 결과가 벤치마크 웹사이트 긱벤치에 올라왔다.
엑시노스1580은 싱글코어 1046점, 멀티코어 3678점으로, 직전 모델인 엑시노스1480과 비교해 싱글코어는 17%. 멀티코어는 9% 개선됐다.
과거 갤럭시S21에 탑재됐던 엑시노스2100, 퀄컴 스냅드래곤888과 비슷한 성능으로, 2025년에 출시되는 갤럭시A56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IT매체 샘모바일은 “엑시노스158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삼성전자의 중급 AP는 과거 성능 면에서 매우 떨어졌으나, 최근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중급 AP 시장에서 퀄컴, 미디어텍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6%로, 5위에 머물렀다. 1위는 40% 점유율을 확보한 미디어텍, 2위는 23% 점유율을 차지한 퀄컴, 3~4위는 각각 애플(17%)과 유니SOC(9%)였다.
특히 대만 미디어텍은 가성비를 앞세워 중저가 AP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월에 출시한 갤럭시A15에도 미디어텍의 디멘시티6100플러스가 탑재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저가 AP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갤럭시폰에 엑시노스 탑재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올해 1월에 출시된 갤럭시A25에는 엑시노스1280이 탑재됐다. 올 3월에 출시된 갤럭시A35·55에도 엑시노스1480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가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점차 미디어텍 AP를 자체 엑시노스 시리즈로 대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모바일(MX)사업부가 엑시노스 탑재율을 더 높인다면, 중저가 AP에서 삼성전자 입지는 훨씬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IT매체 기즈차이나는 “삼성전자가 비용 효율성을 위해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탑재를 우선할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전략의 성공 여부는 경쟁사와 칩셋 성능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 박용인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
중저가 엑시노스의 갤럭시 탑재 확대는 엑시노스 설계를 담당한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 회복은 물론, 향후 프리미엄 AP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노하우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미디어텍도 2011년 스마트폰 AP 시장에 비교적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저가 AP 시장을 장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1년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디멘시티9000’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미디어텍의 고급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제품과 성능 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도 이같은 방식으로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고급 AP인 엑시노스2400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엑시노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미국 AMD와 영국 암(ARM) 등에서 반도체 설계 인력을 영입하며 엑시노스 전담 개발팀 인력도 확충했다.
중국 IT매체 기즈차이나는 “삼성전자의 자체 칩 설계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특정 기기의 요구사항과 기능에 맞게 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잠재적 이점이 있다”며 “이는 갤럭시의 더 최적화된 성능과 향상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