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첫날 국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예치금 이용료 요율을 놓고는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가상화폐거래소는 고객의 예치금에 이자와 같은 이용료를 줘야하는데 이용료 요율은 고객 유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첫날인 19일까지도 예치금 이용료 요율을 발표하는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
19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예치금 이용료 요율이 향후 거래소별 점유율 경쟁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치금 이용료는 이날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인해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거래소는 법적 근거가 없어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거래소에 예치한 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6조 1항 및 감독규정 제5조에 따라 거래소는 이용자의 원화 예치금은 은행이 보관 및 관리해야 하며 이자 성격의 이용료를 이용자에게 지급하게 됐다.
국내 5대 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요율을 공개한 거래소는 고팍스다.
고팍스는 17일 공지를 통해 고객 예치금의 60%를 전북은행에 신탁해 연 1.3%의 이자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인원도 18일 공지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예치금을 맡기고 연 1.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코빗도 18일 공지에서 법 시행에 맞춰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 요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비트와 빗썸은 법 시행일인 이날 오전까지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하는 예치금 이용료 요율과 지급시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업비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은행과 계약을 마쳤고 법 시행에 맞춰 19일 공지할 예정이다”며 “이용료율은 거래소마다 예치금을 관리하는 은행과 협의하는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빗썸 관계자도 “18일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었다”며 “이르면 19일, 아니면 다음 주에 요율을 공개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1대, 2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요율 발표를 망설이는 데는 요율에 따라 고객들이 이동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내 돈이 거래소에 들어 있는데 이자를 1% 주는 거래소와 1.3% 주는 거래소가 각각 있다면 더 많은 이자를 주려는 곳으로 가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팍스와 업비트가 이미 1.0% 이상의 요율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보다 낮은 요율이 나온다면 고객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치금 이용료 요율을 둘러싼 거래소의 눈치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 거래소마다 이용료 지급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마다 요율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각 분기의 첫 월(1월, 4월, 7월, 10월)의 첫 영업일, 고팍스는 매 분기 첫 월(1월, 4월, 7월, 10월)의 10영업일 안에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코빗의 경우 매월 3번째 영업일에 이용료를 지급한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지금 요율이 1%라고 해도 3개월 뒤에는 1%가 아닐 수 있다”며 “각 거래소마다 이용료 지급 주기에 맞춰 요율을 충분히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거래소마다 예치금 요율을 지급하는 주기가 다를 수 있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요율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화폐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고 가상화폐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19일부터 시행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의 예치금 및 가상화폐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가상화폐사업자 등에 대한 감독·검사·제재권한 및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조사·조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함께 가상화폐 상장 때 공동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인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마련해 함께 시행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