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삼성 유산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곧바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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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
이맹희 전 회장은 7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삼성이 원고 측 화해 제의에 대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인 데 환영한다"며 "삼성이 제안한 화해를 위해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대화창구나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심 어린 화해로 이 건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원고의 진정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진난 6일 항소심 판결 이후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에서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이 전 회장의 응답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이건희 회장 측의 반응은 소송에 승소한 뒤 으레 하는 수사적 표현에 가까웠다. 소송 과정에서 이맹희 전 회장이 여러 채널을 통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 때도 이건희 회장 측은 똑같은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역시 ‘진정성’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고, 소송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 전 회장을 장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발언한 점을 비춰 보면 이건희 회장 측에서 화해의 뜻이 있고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높다. 설령 화해를 하더라도 그 시기는 이맹희 전 회장의 '진정성'이 확인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당장이라기보다는 훨씬 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맹희 전 회장이 항소심 패소 이후 곧바로 이건희 회장 측의 반응을 ‘전향적’이라고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화해창구나 방법을 논의하자’고 한발 더 나간 것은 여러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화해를 통해 어떤 형태든 'CJ그룹 경영권의 확실한 안전판 마련’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 이맹희 전 회장은 소송 과정에서 서면 최후진술 등을 통해 삼성의 CJ그룹 경영권 위협을 여러 거론한 바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런 시각은 마찬가지이다. 이맹희 전 회장이 유산소송을 제기한 것도 삼성의 위협으로부터 CJ그룹의 경영권 보장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이맹희 전 회장은 유산소송 항소심 서면 최후진술에서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 방해하고, 삼성이 거래하던 대한통운 물량을 빼는가 하면 재현이를 미행하는 것도 모자라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재판 최후진술을 통해 "(CJ그룹) 분리 독립 이후 경영권을 위협받는 특이한 상황에서 제일제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뛰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맹희 전 회장은 아들 이재현 회장의 상태도 크게 염려하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은 “재판이 끝나면 재현이는 감옥을 가고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다”고 걱정했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도 삼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품고 있다. 더군다나 이재현 회장은 건강도 좋지않다.
따라서 이맹희 전 회장은 화해 추진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이재현 회장의 선고공판에 앞서 재판부의 동정심 유발 등 유리한 분위기를 최대한 조성하고 싶은 절박한 ‘아버지의 마음’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오는 14일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고, 유산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이맹희 전 회장은 해외에서 암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