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바이오벤처 회사들이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되면서 생존에 기로에 놓였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 등의 기대감에 투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여전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 기업공개 절차도 까다로워지면서 자금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6일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벤처 가운데 기업공개에 성공해 코스닥에 입성한 곳은 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사진은 5월 코스닥에 상장한 디앤디파마텍 상장 첫 날 모습. <한국거래소> |
26일 상장공시시스템 KIN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국내 바이오벤처 가운데 코스닥에 입성한 곳은 디앤디파마텍과 아이엠비디엑스 등 2곳이다.
올해 초 제약바이오에서 17개 기업이 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있던 것에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더구나 바이오 투자 혹한기로 불렸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4곳이 코스닥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코넥스까지 확대해도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에 성공한 곳은 3곳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유가증권과 코스닥, 코넥스를 포함해 모두 50곳이 상장됐다는 점에서 바이오벤처 비중은 6%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128개 기업 가운데 신약 제조 기반의 바이오벤처는 11곳으로 약 8.6%였는데 비중이 축소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바이오에 돈이 몰렸던 2020년만 하더라도 전체 기업공개에 성공한 기업 가운데 바이오벤처 비중은 11.1%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바이오 분야의 벤처투자 규모가 감소했는데 그나마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공개마저 문이 좁아지면서 바이오벤처로서는 자금줄이 마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 1분기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투자 규모는 1563억 원으로 1년 전인 1520억 원보다는 소폭 늘었다.
하지만 전체 벤처투자에서 바이오·의료 분야 비중은 올해 1분기 15.9%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축소됐다.
벤처 투자에서 바이오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만큼 다른 곳에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기업 공개 문턱 마저 높아지면서 바이오벤처로서는 더욱 생존이 위태로워진 셈이다.
최근 이른바 ‘파두’ 사태로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을 더욱 꼼꼼히 살피면서 바이오벤처들로서는 가시밭길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기술특례상장은 2005년 바이오 부문을 한정해 영업실적이 미미하더라도 뛰어난 기술이나 독창적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로 2014년 업종 제한이 폐지되면서 업종이 확대됐다.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바이오벤처로서는 주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가 ‘뻥튀기 상장’ 의혹을 받으면서 바이오벤처로서는 이 길 마저도 막히고 있는 것이다.
파두는 2023년 8월 기술특례상장을 앞두고 그 해 매출 추정치로 1203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장한 이후 2023년 3분기에 1년 전보다 97.6% 급감한 매출 3억2081만 원을 냈다.
파두가 상장할 당시 몸값(시가총액)이 1조5천억 원 수준이었는데 3분기 급감한 실적을 발표한 이후 하한가 등을 기록하면서 시총이 8천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최근에 1조 원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상장 당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술력을 갖춘 벤처들은 미국 등 해외법인을 통해 해외에서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설령 좁은 문을 뚫고 코스닥에 입성하더라도 바이오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제대로된 몸값을 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오벤처 한 관계자는 “바이오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도 최근에는 일이 없어 한가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해외 투자 유치밖에 답이 없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 해외 법인 설립을 설립하는 바이오벤처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벤처들이 너도나도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있어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전문 컨설팅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