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았다.
든든전세 공급 등 역할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조직 안팎으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든든전세 공급 등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나 전세 사기 발생에 따른 영향으로 재정난, 경영평가 성적 저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4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7일부터 든든전세 입주자 모집이 시작된다.
든든전세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발생한 주택을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아 주변 시세의 90% 정도 가격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다.
대규모 전세 사기 발생에 따른 정부의 대응 조치 가운데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의 왜곡까지 불러오고 있는 빌라 기피 현상을 해결하고 공공주택의 공급 확대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로서도 보증사고가 발생한 주택을 추가적 자금 동원 없이 확보한 뒤 임대사업을 통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동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다만 든든주택 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게 마냥 녹록한 사업은 아니다.
공공주택 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본래 수행해 왔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주택, 전세보증금 등 관련 보증 업무나 주택도시기금 관리 등을 맡은 금융 공기업이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든든전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4월에 주택도시보증공사를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했다.
행정적으로는 공공주택사업이 가능해졌지만 뒤따르는 부담은 여전하다. 부동산 경매 참여를 비롯해 기존에 경험이 없는 새로운 업무로 역할이 확장된 만큼 인력의 경험이나 업무 과부하, 그에 따른 인력 확충 등 현실적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존에 하지 않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 만큼 관련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또다른 악재를 만났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022년도에 이어 2023년도 평가까지 2년 연속 낙제점인 D등급을 받은 것이다.
주택도시공사는 업무의 특성상 안전사고 등은 주요 평가지표가 아니다. 사업성과 역시 보증사업, 보증관리사업, 기금수탁사업 등 재무 상태와 연결되는 사업이 사실상 평가지표의 대부분이다. 대부분 공기업들과 달리 재무적 성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대규모 전세 사기 발생에 따라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3천억~4천억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 왔으나 2022년에 242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3년에는 3조9962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급등했다.
보증사고에 따른 전세금 회수율도 2023년에 14.3%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재정난은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26.6%에서 2023년 116.9%로 크게 뛰었다.
올해 역시 4월까지 보증사고에 따른 대위변제액 규모가 1조906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 증가해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 시작하는 든든전세 사업이 재무에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대로라면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한다..
직원들의 사기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내부 분위기는 다소 침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기관이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임직원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평가 연도 다음 해에는 예산에서 경상경비가 0.5~1.0% 삭감되는 등 불이익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역할은 늘어서 업무 부담은 커지는 데 성과급은 받지 못해 업무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