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연구기관들이 지역 유명 빵집 성심당을 활용해 홍보하는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들이 나온다. 사진은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연상하게 하는 빵을 든 대전 카이스트 대학교 캐릭터 '넙죽이'.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요즘 대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지역빵집 브랜드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지역빵집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1천억 원을 넘겼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능가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각지에서 성심당에 빵을 사러 사람들이 몰리고 코레일에서 대전역 내 성심당 매장 월세를 4배 올린 일이 전국적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애초 대전은 카이스트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이 몰려 있어 과학도시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엔 이들 연구기관들도 성심당 브랜드를 활용해 홍보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과학이 빵보다 못한 시대가 됐다는 반응과 지역 특색을 활용해 과학도시로서 정체성을 홍보하는 것도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24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소재 연구기관들은 지역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성심당을 활용해 기관 홍보에 나서는 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전세종연구원 주혜진 책임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전의 연구기관이 이미지 개선과 홍보 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역의) 다른 유명 브랜드인 ‘성심당’과 협업하는 것은 대전 지역 대표 브랜드를 차용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연구원은 “고루한 이미지의 연구 기관들이 새로운 지역 상징으로 자지잡은 성심당을 활용해 홍보하면 연구기관 자신들도 지역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빵집 브랜드를 활용한 연구기관 홍보 방식을 놓고 일부에선 부정적 시선도 나온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대전 소재 연구기관들의 성심당을 활용한 마케팅 관련 기사 댓글에는 '빵보다 못한 과학이 된 세상이다(아이디 andi****)' '빵은 배고픔을 달래지만 과학기술은 국가를 살린다(아이디 thin****)' 등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엄숙주의보다는 친근한 브랜드를 활용해 과학도시로서 대전을 널리 알리는 일이 낫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대전 소재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성심당을 활용해 홍보한다고 해서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나 오관념을 대중에게 심어주는 것은 아니다"며 "이런 홍보가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대전 연구기관들의 성심당 활용 마케팅을 놓고 '과학이 빵보다 못한 시대다'라는 부정적 시선과 '지역 유명 브랜드를 활용한 이색 홍보다'는 긍정적 시선으로 나뉜다. 사진은 튀김소보로 동생 '튀김소보로고구마'. <성심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
대전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조성되며 여러 연구기관들이 입주해 과학도시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지역 빵집인 성심당이 대표제품인 튀김소보로를 내세워 전국적 인기몰이를 하며 대전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주혜진 연구위원의 저서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보면 내비게이션 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사람들이 대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장소는 ‘성심당 본관(41만 2364건)’으로 나타났다. 2위인 ‘대전오션월드’에 이어 3위도 ‘성심당 DCC(대전컨벤션센터)점’이 차지했다.
이런 성심당의 인기에 힘입어 대전의 여러 기관들도 성심당을 활용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카이스트의 홍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키홀더의 교내 캐릭터 ‘넙죽이’는 빵을 들고 있다. 넙죽이는 타원형 얼굴에 무표정한 눈빛을 가진 카이스트의 마스코트다.
카이스트는 공식적으로 이 빵이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대전 유명 빵집인 성심당의 소보로빵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카이스트가 홍보에 성심당을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대전에는 성심당 말고 지질박물관도 있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올려 홍보에 활용했다.
고양이 둘이 대화하는 형식의 지질자원연구원 영상에는 노란색 고양이가 “이번에 대전 여행 가셨다면서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라고 묻자 갈색 고양이가 “성심당하고.. 성심당 (케익)부띠끄.. 성심당 DCC(대전컨벤션센터)..”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또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홍보에 직접 성심당을 활용하진 않았지만 지역 대표 브랜드인 성심당을 넘어서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