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 등 서민들의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의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공급축소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가 19일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요건을 강화하면서 예비부부나 전세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집을 사려는 가구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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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지원하는 서민용 주택담보대출이다. 10년 만기에 연 2.5% 수주의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대상인 주택의 최대가격을 9억 원에서 3억 원, 대출한도는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춘다. 신청자격도 부부의 연소득 6천만 원 이하로 제한한다.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신혼집을 사기 위해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수도권 주택들은 대부분 3억 원 이상을 들여야 살 수 있다”며 “정책이 며칠 만에 바뀌어 대처할 시간도 부족했던 만큼 보금자리론을 연말까지 사실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14일 보금자리론 대출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15~17일 동안 보금자리론 신청이 5천 건 이상 접수되는 등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보금자리론 재원으로 책정한 10조 원을 거의 다 쓴 만큼 서민들에게 혜택을 집중하기 위해 대출요건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의 수요를 처음부터 잘못 예측해 실제 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에서 만든 연간계획을 금융위원회에서 승인해 집행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금자리론 잔액은 1~8월 누적 기준으로 9조1492억 원을 기록해 주택금융공사의 올해 전망치 6조 원을 56% 초과했다.
주택금융공사는 2015년에도 보금자리론의 예상 수요를 6조 원으로 봤지만 실제로 대출된 금액은 14조7496억 원에 이르러 예상치의 248%에 이른다.
박 의원은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에 보금자리론의 수용을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를 올해 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보금자리론의 신청요건이 갑자기 강화되는 문제가 터졌다”며 “보금자리론의 수요를 예측하는 데 계속 실패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재원을 거의 다 썼다는 이유로 시중은행과 협업해 진행하던 적격대출 지원도 사실상 중단했다.
적격대출은 신용등급 9등급 안의 서민들이 9억 원 이하의 주택을 사들일 때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주는 고정금리 분할상환구조의 대출상품이다. 은행이 이 상품을 팔면 주택금융공사에서 대출채권을 사들여 모기지담보부증권(MBS)로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현재 적격대출에 책정한 예산 16조 원 가운데 14~15조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씨티은행 등이 적격대출을 현재 판매하지 않고 있거나 조만간 중단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의 적격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데 사용하는 예산을 거의 다 쓴 것”이라며 “은행에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적격대출상품을 계속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