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리다임이 2023년 5월에 출시한 쿼드레벨셀(QLC) 기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D5-P5430’. <솔리다임> |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앞서나갈 기회가 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솔리다임이 기업용 '쿼드레벨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QLC eSSD)'의 강자로 부각되며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QLC eSSD는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최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7년에는 전체 기업용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12일 반도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도 회복되고 있는데, 특히 QLC e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쿼드레벨셀(QLC)은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로 1비트를 저장하는 싱글레벨셀(SLC) 방식 대비 4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이다.
또 데이터를 읽는 속도가 빨라 AI 추론 서버에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북미 기업들의 스토리지 제품 주문이 늘고 있고 이는 기업용 QLC SSD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QLC eSSD 출하량은 2023년보다 4배 증가한 30엑사바이트(EB)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인증된 QLC 제품을 보유한 곳은 SK하이닉스 자회사인 솔리다임과 삼성전자뿐이다.
특히 솔리다임은 전체 eSSD 생산량의 90% 이상이 QLC 제품일 정도로 관련 기술에서 선두기업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기업용 SSD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였던 솔리다임을 90억 달러(약 10조 원)에 인수한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수 초기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기대와 달리 낸드플래시 가격이 폭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22~2023년 누적 순손실이 7조3599억 원에 이르며 SK하이닉스의 인수 실패 사례이자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AI 서버 시장에서 QLC 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저장장치도 속도와 성능이 중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에서 고성능 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SSD는 HDD보다 발열, 소음이 적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아직까지 데이터센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비중이 90%에 이르는데 이는 점차 SSD로 교체될 수 있는 잠재적인 시장으로 여겨진다.
▲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대표이사(왼쪽)와 데이비드 딕슨 솔리다임 각자대표이사. < SK하이닉스 > |
특히 솔리다임의 QLC eSSD는 데이터를 장치에 저장하는 ‘쓰기’보다 저장한 데이터를 밖으로 빼내는 ‘읽기’에 특화돼 있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운영에 활용될 때 효율이 높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5월 기존보다 저장 밀도를 1.5배 높이고 에너지 비용은 18% 절감한 QLC eSSD 제품인 ‘D5-P5430’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QLC 기반 60테라바이트(TB) eSSD 품질 시험에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QLC 기반 eSSD 양산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트리플레벨셀(TLC) eSSD 양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QLC eSSD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과 비슷하게 QLC 기반 eSSD에서 SK하이닉스(솔리다임)이 선두주자로 나서고 삼성전자가 뒤따라가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솔리다임은 적극적으로 QLC 제품을 홍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요 급증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QLC 주문 증가로 솔리드다임은 올해 하반기 144단 eSSD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