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CEO |
삼성전자와 애플이 세계 10개국에서 3년 넘게 이어온 싸움을 정리하기로 했다. 특허소송이 길어지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계산과 함께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두 회사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한국과 일본 등 9개국에서 벌여온 모든 특허소송을 철회하고 미국소송만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삼성전자가 6일 밝혔다.
애플은 2011년 4월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이에 삼성은 한국, 독일, 일본 등에서 맞제소하며 싸움이 번졌다. 이후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호주, 스페인 등으로 소송전이 확산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10개 나라에서 30여 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을 제외한 9개국의 소송전은 막을 내린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는 두 회사 간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된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 특허소송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송을 끝낸다고 해서 애플과 특허를 공유할 계획은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구글과 모든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애플 역시 “삼성의 특허침해로 소송을 진행하고자 했던 곳은 애초에 미국”이라며 “이외 지역에서 대부분 삼성이 먼저 제소한 것이기에 애플은 기존의 입장대로 미국소송에만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은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출시 행사에서 삼성전자를 ‘카피캣(Copy Cat, 모방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 사후 CEO를 맡은 팀 쿡은 “나는 전쟁보다 해결을 선호해 언제나 소송은 싫다”며 특허소송에 다소 온건한 입장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스티브 잡스의 소송에 대해 “이번 기회에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한 사례를 낱낱이 밝히겠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삼성전자는 애플을 추가제소하며 강경대응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2012년 말까지도 삼성전자의 소송 승리를 자신하며 “애플과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을 벌이는 사이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 애플은 지난 1분기 처음으로 샤오미에 밀려 점유율 4위로 밀려났다. 샤오미는 이번 2분기에 삼성전자까지 몰아내며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분기 기준 1위 삼성(25.2%), 2위 애플(11.9%), 3위 화웨이(6.9%)다. 1년 전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7.1%포인트, 애플은 1.1%포인트 하락했지만 샤오미는 2.6%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지루한 소송을 계속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쓴 변호사 수임료만 2500억 원을 넘는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남은 소송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2건의 소송이다. 1차 소송에 대한 삼성전자의 항소와 2차 소송에 대한 재판부 판결이 남아있다.
1차 소송 결과 애플은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요청이 기각됐고 삼성은 9억3천만 달러(약 1조 원)를 애플에 배상해야 한다. 애플은 지난달 말 항소를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삼성전자는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어닝쇼크를 겪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1조원의 배상액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미국 선밸리에서 열린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팀 쿡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이 부회장과 팀 쿡이 만난 뒤 20일만에 애플이 항소를 취하해 둘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