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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부결로 '쓴맛' 본 민주당, 22대 국회 원구성 강공 기류 거세지나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4-05-29 14: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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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부결을 계기로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각종 법안들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을 내놨다. 
 
채 상병 특검법 부결로 '쓴맛' 본 민주당, 22대 국회 원구성 강공 기류 거세지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안을 비롯해 거부권이 행사되는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안 통과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을 놓고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국민의힘과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양당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당의 박찬대·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원구성 협상을 시작했지만 채상병 특검법과 연금개혁안 처리 문제로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논의를 진전하지 못했다.

원구성 협상에서 양당의 이견이 가장 첨예한 부분은 법사위원장 자리인데 민주당 내부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반발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 소속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법사위 고유 안건으로 발의되는 특검법은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거나 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단계인 법사위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채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민주당 관점에서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 하는 이유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29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지금 민주당이 지지자들도 그렇고 (채상병 특검법) 표결 결과를 놓고 상당히 격앙돼 있어서 더 강경해질 것”이라며 “만일 민주당에서 (누군가가) 예를 들어 법사위원장을 여권에 이제 양보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순간 바로 쫓겨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과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사업을 위한 지원법까지 자신들과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원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의 강공 기류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21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 가운데 세월호 피해자 지원법 개정안을 제외한 다른 법안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각종 민생 법안까지 처리되지 못했다는 시각이 강하다.

김성회 민주당 경기 고양갑 당선자는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열지 않으면서 구하라법·K칩스법·유통개혁법은 물론 여야가 합의를 본 고준위방폐물법까지 21대 국회 처리가 막혔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제1당으로 국회의장을 맡게 된 만큼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은 여당 몫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는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해 국회 운영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채 상병 특검법 부결로 '쓴맛' 본 민주당, 22대 국회 원구성 강공 기류 거세지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본회의) 같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분명히 일깨워줬다”라며 “압도적 의석을 가진 제1당이 법사위원장까지 가져간다면 의회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방법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회 ‘관례’와 ‘견제’ 원칙을 강조하며 민주당에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양보를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원구성과 관련해 “이제 여야 간에 (원구성 관련) 여러 대화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대화 진행 상황을 좀 봐달라”며 “원구성과 관련된 그동안의 국회 관례들이 다 의회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발전시키 나가기 위해서 확립해 온 과정인 만큼 그런 과정들이 존중되면서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 달리 민주당은 국회법에 규정된 원구성 기한인 6월7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는 전혀 다른 국회가 될 것이다"라며 "더 이상 집권여당의 몽니에 끌려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구성에 대해선) 법정 시한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국회법대로 원구성이 이뤄져야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후보인 우원식 의원도 6월7일까지 원구성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민주당 자체 의석수가 171석인데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 의석이 189석에 이르는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법사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채상병 특검법 재추진에 얼마나 오래 걸리겠나”라며 “원구성 협상에 대한 당내 기류는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된 어제(28일) 본회의 이후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쪽으로 확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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