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포츠 스타도 후원사의 상황이 변하면 어쩔 수 없다.
산업은행이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에 대한 후원을 중단했다. 정책도 바뀌고 회장도 바뀌면서 박 선수에 대한 지원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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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리 프로골프 선수 |
산업은행은 박세리 선수의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5일 밝혔다.
업계는 박세리 선수의 열렬한 지원자였던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물러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회장은 2011년 9월 박세리 선수와 3년 후원계약을 맺었다. 박세리 선수는 당시 긴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주변 인사들은 마케팅 가치가 작다며 박 선수 후원을 반대했다. 그러나 강 전 회장은 IMF시절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박세리 선수의 이미지가 산업은행의 ‘개척자 정신’과 잘 어울린다며 후원을 결정했다.
강 회장은 박세리 선수 외에도 청각장애 3급 테니스 유망주 이덕희 선수도 후원했다.
이는 강 전 회장이 열렬한 스포츠 후원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강 전 회장의 스포츠 후원은 산업금융그룹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 회장은 스포츠마케팅으로 산은금융그룹의 영업력을 강화하려 했다. 당시 산업금융그룹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공격적으로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있었다. 강 회장은 스포츠마케팅이 사회공헌에 이바지하는 그룹의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역할 강화가 제 1의 목표가 됐다. 산업금융그룹의 경영방침도 바뀌었다. 개척자정신 등 기업 이미지를 쌓는 작업도 사라졌다.
박세리 선수에 대한 후원중단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큰 적자를 기록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 구조조정, 대우건설 및 KDB생명 손실 등으로 1조 원대의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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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
홍 회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는 핵심영업자산 증가로 이자이익 규모가 소폭 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부실여신을 방지해 6천억 원의 순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량이 예전만 못해 마케팅 효과가 떨어지는 박세리 선수에 대한 후원중단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박세리 선수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러나 스포츠계 현실 속에서 전성기가 지난 박세리 선수가 후원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영선수 박태환도 2012년 런던올림픽 후 메인스폰서였던 SK텔레콤의 후원이 끊겨 자비로 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뒤 인터넷 교육업체 SJR기획이 1년 동안 박태환 선수를 후원했다. 그러나 회사 사정상 지난 7월 계약연장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박태환 선수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비로 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