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며 3개월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금융통화위원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전망하는 이유는 국내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있어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지난해 말 점도표를 통해 예고한 것처럼 올해 3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뛰고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올해 금리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최근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다시 커졌으나 연준위원들은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지금의 통화긴축 기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4월 CPI 발표 이후 16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물가압력이 점차 완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지만 금리를 조정하려면 여전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언제쯤 내릴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먼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뒤로 미뤄짐에 따라 한국은행의 첫 금리 인하 시점도 4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크게 약화한 상황이지만 미국 고용시장 둔화 등이 확인된다면 점차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 경제성장률 지표가 당초 예상과 달리 탄탄하게 나오고 있는 점도 이 총재가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상을 웃도는 경제성장률은 국내 경기가 탄탄하는 것을 뜻하는 만큼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필요성이 낮아진다.
2일 이 총재도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GDP)이 1.3%로 집계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자 “1분기 성장률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며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고 그 정도 차가 생각보다 커서 한국은행이 무엇을 놓쳤는지 점검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국내 물가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다.
▲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예상 외로 탄탄한 국제 경제 상황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그동안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에서 목표로 하는 2%대에 수렴할 때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물가가 한국은행의 전망대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금리를 먼저 인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다가 이번 금통위 회의부터 새 금통위원 2명이 참석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완화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통위에서 매파 성향을 보여왔던 조윤제, 서영경 위원을 대신해 새롭게 합류한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김종화 전 금융결제원장은 상대적으로 통화완화 쪽에 기운 인사로 평가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확산되지 않고 있으며 국제유가도 70달러 선으로 복귀하며 물가 압력 우려는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며 “하반기 물가 경로에 큰 변화를 두지 않는다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