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국감에서 법인세 인상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야권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밀어붙일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 새누리당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새누리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은 국내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자해 행위”라며 “야당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여야 국감에서 법인세 인상 놓고 격돌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인세를 인상하면 근로자와 투자자에게 부담이 가게 된다”며 “지금 법인세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이 이날 기재부 국감에서 미르와 K스포츠 의혹 캐기에 집중한 틈을 타 정부여당은 법인세 방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 실적이 증가하면서 8월까지 걷힌 법인세가 39조7천억 원으로 2014년보다 9조1천억 원 정도 증가했다”며 “올해 연말까지 걷힐 법인세수는 54조8천억 원 정도로 추정돼 2015년보다 9조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의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에 등록된 상장기업 633곳의 영업이익률은 5% 늘었다”며 “세수는 세율과 상관없이 기업 실적에 기인하기 때문에 다음해 법인세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 역시 야권의 법인세 인상법안이 세계적 추세를 거스른다는 비판에 나섰다. 법인세율 인상이 경기활성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세계 각국은 기업과 투자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가 더 낮은 세율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기업과 돈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도 법인세 인상 반대의 근거로 제시됐다.

기재위에서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이현재 의원은 “법인세 인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어 세계적 추세”라며 “도널드 트럼프도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고 주장했다.

유일호 장관도 “법인세를 낮추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거들었다.

◆ 야당 “법인세 구멍 월급쟁이가 메워“

야권은 이언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공세를 펼쳤다.

이 의원은 최근 법인세 인상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박의원은 9월 법인세 인상안을 발의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현미 더민주 의원도 공세의 한 축을 맡았다.

  여야 국감에서 법인세 인상 놓고 격돌  
▲ (왼쪽부터) 이언주·박영선·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언주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감세혜택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은 미미하게 나타났다”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만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에쓰오일 임원 출신으로 이번 국회에서 새로이 재벌 저격수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32%까지 확대하는 파격적인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발의된 법인세 인상안 6건은 모두 최고세율을 25% 이하로 맞추고 있다.

김현미 더민주 의원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불균형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방은 ‘최근 10년 우리나라의 세수 실적 추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소득세는 33% 증가했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매년 2조 원씩 늘어나 3년 동안 38%나 급증했다. 반면 법인세는 2% 감소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은 정권을 잡은 8년 동안 부자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월급쟁이에게 소득세를 걷어 법인세 구멍을 메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은  “법인세를 1% 인상할 경우 과표 5천억 원을 넘는 47개 기업의 기업당 법인세는 3595억 원 정도로 153억 원가량이 증가한다”며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처럼 수백억 원씩 전경련에 기부금을 내는 기업에게 부담되는 액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대기업 법인들에 대해 연도별 1%씩 최고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법인세 인상안을 9월 대표발의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9월2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는 우리 세수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당연히 예산 부수법안 지정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안이 부수법안으로 상정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정부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2일 국감 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인상 날치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세제개편은 여야 합의가 오랜 관행이라 여소야대 시절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민주당과 합의해 세법을 개정했다”고 반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