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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리옌홍 바이두 회장,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
구글을 비롯해 대다수 글로벌 IT기업들은 중국에서 유독 힘을 못 쓴다.
중국 인터넷시장은 이미 ‘B.A.T 삼국지’ 판이라고 불린다. 중국 토종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반면 ‘T.G.I.F’로 불리는 트위터, 구글, 애플 아이폰,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상당히 초라하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글로벌기업의 짝퉁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들은 중국정부의 엄청난 특혜를 받고 승승장구한다.
◆ 중국정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중국정부는 지난달 30일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조사에 들어갔다. 반독점법을 내세웠지만 중국정부의 ‘외국기업 때리기’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구글도 2010년부터 중국정부와 콘텐츠 검열정책 때문에 마찰을 겪었다. 중국 정부의 검열은 ‘어떤 정보도 거르지 말고 내보내자’는 구글의 경영철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구글은 중국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참지 못하고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바이두는 구글과 달리 중국정부의 검열에 노골적으로 순응한다. 리옌홍 바이두 CEO는 지난 2월 포춘과 인터뷰에서 “외국기업들은 중국시장만의 독특한 환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일단 들어오고 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외국기업들과 달리 지난해 5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5년 만에 10배가 넘는 성장을 일궈냈다.
그러나 바이두는 중국정부가 바이두를 언론을 통제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이두를 통해서 민주화 시위를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한 ‘톈안먼 사태’나 민주주의와 관련된 기사와 동영상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11년 재미 중국인 8명이 바이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맨하튼의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바이두가 중국정부 검열체계를 따르려는 권리를 보호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원고측 변호사 스테판 프레지오시는 “판사는 완벽한 역설을 보여줬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IT기업들은 검열에 순응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한다. 리옌홍 바이두 CEO는 2010년 블룸버그통신 기자회견에서 “중국법을 지키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의 CEO인 차오궈웨이도 “인력 100여 명이 하루종일 문제될 내용이 없는지 살펴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정부는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반정부 선동을 막을 수 있고 자국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이런 탓에 중국정부가 구글 패권에 맞대응하기 위해 또 하나의 '빅브라더'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정부는 만리장성보다 높은 ‘만리방화벽’을 설치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국 IT기업 사이트 접속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아닌 이상 중국인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토종기업들이 '자급자족' 생태계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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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구글과 바이두를 따라해 화제가 됐던 구제 사이트 메인화면. 구제의 '제'는 누나 또는 언니라는 뜻으로 구글과 형제자매 관계임을 뜻한다. |
◆ 중국정부 “단순 모방이 아닌 재창조”
중국정부는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중국 현지의 모방기업에도 관대하다. 중국 인터넷시장에도 이미 수많은 모방기업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글과 바이두를 둘 다 배낀 ‘구제’를 비롯해 바이두를 따라한 바이고, 바이구후, 바이후구까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와 언론은 비판은커녕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기존제품에 중국 고유의 아이디어를 덧붙인 뒤 더 싼 가격으로 파는 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중국정부는 일부 국민이 먼저 부유해져야 부가 확산된다는 ‘선부론’에 입각해 모방기업들에게 특별한 세제혜택도 준다.
이렇게 중국정부가 모방기업에 관대한 것은 ‘산자이 문화’ 때문이다. 산자이는 우리말로 ‘산적소굴’이라는 의미다. 108명의 영웅이 산적소굴에 모여 정부 권력에 대항해 힘없는 백성들을 도왔다는 수호지에서 비롯돼 주류문화에 저항하는 ‘풀뿌리문화’를 뜻한다.
이 때문에 모방기업은 ‘중국의 작은 무명기업이 모방제품을 만들어 세계적 브랜드에 대항한다’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정부의 양쉬에산 부부장은 2010년 “산자이 제품을 제조한다고 해서 그 생산기업과 제품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단순한 모방을 넘어 독창적 창조성을 띤 제품을 지지할 것”이라고 공식발표했다.
물론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지적재산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심중에 ‘산자이’에 대한 당당함마저 배어있다. 중국정부가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했다면 MS 윈도우 버전 하나를 까는 데 중국인 회사원의 몇 달치 월급이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대다수 중국인들 눈에 불공평하게 보였던 것이다.
산자이 제품은 중국인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면서 소비욕망도 충족시켜줬다. 결국 중국정부가 빈부격차로 생겨나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덜기 위해 산자이 문화를 의도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게 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고 중국 IT기업은 글로벌기업의 정보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상위 500대 기업 중에 89개 중국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5년째 14개로 제자리인데 비해 중국은 2배나 늘어났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일본 한국 등 벤치마킹할 대상이 많은 후발 주자로 장점이 많다”며 “기존제품을 따라해 만드는 산자이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선두기업들의 기술이나 마케팅 습득능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