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언론계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김영란법 제정 뒤에도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처벌받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광주지법 형사 1-1부(김유진, 연선주, 김동욱 부장판사)는 전날 공무원에게 청탁해 수의계약을 따내고 수수료 4824만 원을 챙긴 인터넷 신문기자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월의 원심을 유지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간부를 지낸 전직 언론인의 주거지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만배씨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다.
언론인들은 직업 특성상 사회의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기회가 많다. 이렇게 쌓은 친분을 활용해 부정으로 청탁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자 2016년 김영란법이 제정되며 적용 대상에 공직자나 공공기관 직원뿐 아니라 언론인까지 포함됐다. 언론인의 공적 역할을 고려해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하지만 비위 언론인이 출소 이후 언론사에 버젓이 재취업해 활동하는 경우가 생기가 많아 김영란법의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
2023년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한 지역지 대표가 다른 지역언론에 취업해 비판을 받았다. 2024년에도 다른 지역언론이 기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를 데스크로 채용해 논란이 일었다.
비위 언론인의 언론사 재취업은 유죄 판결을 받아도 언론계에 복귀해 다시 활동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정립하고 언론인의 그릇된 윤리관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현행 제도에 의하면 언론윤리헌장, 신문윤리강령, 언론노조강령 등 언론인 윤리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시돼 있어 비위 언론인의 재취업 규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성명 표지. <전북민언련>
이에 비위 언론인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근거 규정을 만들어 김영란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언론 홍보비 운용 조례’다.
비위 언론인의 재취업을 예방하는 직접적인 근거 규정은 아니지만 언론인이 비위를 저지른 경우 해당 소속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홍보비 집행을 중단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는 2023년 9월5일 기자회견에서 “사이비 언론 행위로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는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서는 홍보비 집행기준을 정비해 원칙과 근거에 맞게 매체를 선정하고 집행하는 것부터 재정비해 건강한 언론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에서 이런 공무원 노조의 견해에 찬성하며 “언론인이 문제를 일으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를 근절시킴과 동시에 부정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을 발의한 김영란 전 국민권위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엘리트 카르텔이 부패의 근원이 된다"며 "그런 카르텔의 형성을 막자는 게 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