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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주류시장에서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는 최근 오비와 롯데 등 경쟁업체에다 수입맥주의 공세까지 더해져 맥주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주시장 점유율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김 사장은 뉴하이트와 퀸즈에일 등 멀티 브랜드로 맥주시장을 재탈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주시장도 국내점유율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김 사장은 최근 본인의 업무용 승용차에 참이슬과 뉴하이트 홍보용스티커까지 붙이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임원차량 30대에 대해서도 이 스티커를 붙이도록 지시했다. 점유율 회복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김 사장은 또 4일 삼성전자 출신 이강수 상무를 마케팅 상무로 영입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신임 상무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 하이트진로, '아! 옛날이여'
하이트진로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2011년 10월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내리막길에 접어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 ‘d’를 출시해 반격을 시도했으나 출시 이후 5%의 점유율을 넘기지 못했다. 또 이보다 앞서 2006년 내놓은 몰트맥주 ‘맥스’ 역시 한 때 10%의 점유율을 차지하다 'd'의 신제품 출시 마케팅에 밀리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깊어진 데다 월드컵 특수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아 맥주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주류가 클라우드 맥주로 맥주시장에 진출해 호평을 받고 있고 일본, 독일 등 수입맥주의 공세도 더욱 거세졌다.
소주시장도 위기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소주 대표명가로서 체면을 구겼다.
증권업계도 하이트진로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4일 올해 2분기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말 소주업계 최초로 홍익대 앞에 팝업스토어 '이슬포차'를 열었다. 그는 개점 이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맥주 다양화에 노력해 온 만큼 근시안적 대응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세를 인정하면서도 기존 국산맥주 시장에서 다양한 브랜드로 실지를 회복할 뜻을 밝혔다.
그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6%”라며 “나머지 시장은 연간 1억8천만 상자로 수입맥주를 훨씬 상회하는 만큼 이 시장에 더욱 주력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또 “경쟁업체에 신경쓰기보다 투자를 늘려 좋은 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한다는 하이트진로의 기본전략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름빼고 다 바꾼 뉴하이트, 점유율 상승 시동
올해 하이트진로가 내민 첫 승부수는 뉴하이트다. 하이트진로의 대표브랜드인 하이트맥주를 고급화시킨 상품으로 지난 4월 시장에 선보였다.
하이트란 이름을 이어받긴 했으나 기술혁신을 시도해 신제품 수준으로 바꿨다고 하이트진로는 밝혔다. 알코올 도수를 4.5도에서 4.3도로 낮춰 마시기에 좀더 부드럽도록 했고 디자인에도 변화를 줘 기존 하이트와 차별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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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가 홍대 앞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이슬포차' 외부 전경 |
뉴하이트의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뉴하이트는 6월 말 기준 수도권 업소시장에서 취급률이 77%에 이르러 지난 3월 27%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소매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이마트 판매기준 4월 31.5%였던 뉴하이트의 점유율은 6월 36.3%로 올랐다. 홈플러스에서도 같은 기간 34.2%에서 39.1%로 점유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뉴하이트와 함께 김 사장이 멀티 브랜드로 내밀고 있는 카드는 고급맥주 퀸즈에일이다. 퀸즈에일은 롯데의 클라우드, 오비의 에일스톤에 맞선 프리미엄맥주로 수입맥주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브랜드다.
최근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요인으로 가격경쟁력이 꼽힌다. 특히 수입맥주의 강자 일본맥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독일맥주의 경우 1천원 대 L맥주 등으로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 사장은 수입맥주시장에서 일어나는 이런 흐름에 대해 가격을 낮출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맥주의 품질과 맛을 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 소주다운 소주 맛 포기 안한다
하이트진로가 옛 명성을 다시 되찾으려면 소주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도 절실한 상황이다. 김 사장은 국내시장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소주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소주는 소주다운 맛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의 소주와 같은 알코올 도수 20% 내외의 주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분명히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수학도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2011년 4월 사장에 선임됐다가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하면서 그해 9월 하이트진로 영업총괄 사장이 됐다.
지난 3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하이트진로는 김인규 대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