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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신라면 포장 디자인(왼쪽)과 리뉴얼한 신라면 포장디자인 <농심 웹사이트> |
대표라면 신라면이 28년 만에 대대적 리뉴얼을 시도했다. 농심은 신라면의 맛은 물론 포장까지 대폭 교체했다.
농심은 글로벌 브랜드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이면에 농심의 고민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4일 맛과 디자인을 개선한 신라면을 이달부터 내놓는다고 밝혔다. 농심이 신라면 리뉴얼에 나선 것은 1986년 출시 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높아진 인지도와 선호도를 감안해 신라면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수정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신라면의 상징인 손글씨로 된 ‘辛’자의 크기를 키우고 더욱 눈에 띄도록 배치했다. 나머지 디자인 요소는 축소생략해 간소화했다.
맛도 달라진 부분이다. 농심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원료의 배합비율을 바꾸고 면의 식감을 더욱 쫄깃하도록 만들었다. 농심은 또 면이 쉽게 퍼지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 신라면에 적용했다. 농심은 “한층 좋아진 신라면 품질을 눈과 입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위상을 높이고 신라면 고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굳히겠다는 취지의 리뉴얼이라는 것이다. 농심은 새로운 디자인과 개선된 맛으로 연내 수출국 100국을 돌파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라면은 농심이 라면시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신춘호 농심 회장이 성을 따 이름을 지을 만큼 애착이 큰 농심의 대표상품이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란 광고 카피도 신 회장이 직접 만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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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호 농심 회장 |
신 회장은 신라면을 국내 라면시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의 원탑으로 키웠다. 지난해까지 신라면의 국내 누적판매량은 230억 개로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05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해외시장에서도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팔리며 연간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신라면의 리뉴얼을 단행한데 농심의 고민이 있다. 농심은 신제품보다 주력제품의 의존도가 높다. 농심은 2010년 이후 10여종의 신제품 라면을 선보였지만 그 중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한 제품은 하나뿐이었다. 그나마도 신라면의 이름을 업은 ‘신라면 블랙’이었다.
전문가들은 농심이 신라면 등 주력군은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인상적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점유율을 잃고 있다고 분석한다. 농심이 주력제품 신라면 리뉴얼을 단행한 데 이런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은 부진하고 점유율 회복을 위해서 신라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AC닐슨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 농심은 6월 라면시장 점유율 57.2%를 차지했다. 독보적 1위이기는 하지만 점유율 자체는 6개월째 하락중이다. 더운 여름에 국물라면 위주의 농심 매출액이 떨어지는 경향은 늘 있어 왔지만 올해 점유율은 지난해 6월의 59.1%에도 못미치고 있다.
주력제품 리뉴얼로 성공한 경우가 바로 농심의 경쟁상대인 오뚜기다. 오뚜기는 2012년 대표제품인 진라면 리뉴얼을 단행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후 3위 삼양라면과 격차를 점점 벌리며 선전하고 있다. 오뚜기 6월 점유율은 18.2%로 연내 20%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