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금융위원회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시험공간)’에 불참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인공지능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하나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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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 본점.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사업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사전에 시험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은행 5곳은 금융위원회의 사전테스트에 참여했지만 하나은행은 참여하지 않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포함한 새로운 자산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자산관리 시스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이번 테스트베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계약 불허 때문에 사전테스트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금융위원회는 고객이 직접 은행과 증권 등 지점을 찾아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가입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비대면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사전테스트를 통과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핵심역량으로 키워 온 만큼 그동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로보어드바이저를 담당하는 전문조직인 ‘사이버PB’팀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올해 초 국내은행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인 ‘Cyber PB’를 내놓았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사전테스트를 통과하지 않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의 자문과 일임행위,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11월부터 적용될 예정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전테스트를 거쳐야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은행들도 당초 금융위원회의 사전테스트에 참여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금융당국의 뜻을 확인한 뒤 참여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위원회의 사전테스트에 참여한 점도 하나은행에게 불리하다.
KB국민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 신한은행은 ‘디셈버앤컴퍼니’,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파운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위원회의 테스드베드에 참여했다. 쿼터백자산운용과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 등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내년에 진행될 예정인 2차 테스트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때는 이미 경쟁에서 뒤처졌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일정에 따르면 내년 4월 테스트베드의 결과가 나오는데 이를 기점으로 다른 은행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받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연이어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융회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며 “테스트베드가 성공리에 끝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확실한 상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국내 자산운용규모는 지난해 1440억 원이었는데 2021년까지 2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