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가 상장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 빌린 주식을 60일 안에 무조건 갚아야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관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기업 주가가 크게 떨어져 개인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등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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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상장기업의 주식을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빌려서 공매도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60일 안에 그 기업의 주식을 되사들여 갚지 않을 경우 무조건 자동매수해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4일 밝혔다.
공매도는 특정한 기업 주가의 하락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서 갚는 거래방식이다.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의 신용대주거래를 통해서만 공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매도는 기관투자자들의 거래로 이뤄진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기관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린 뒤 반드시 갚아야 하는 시점이 규정되지 않았는데 주식의 상환기간을 60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공매도의 증가에 따른 주가 하락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불러왔으며 한국 주식시장의 발전도 저해하고 있다”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역기능을 제한하려면 주식 상환기일을 법으로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주가가 9월30일에 계약파기 공시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18.1% 떨어졌을 때 한미약품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1주당 평균 평가이익률 13.9%를 기록했다. 한미약품 주식은 이날 공매도로 10만4327주 거래돼 상장 이후 최대 공매도 거래량을 기록했다.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요한 투자방식으로 쓰는 헤지펀드사업 등을 강화하면서 전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비중이 확대돼 개인투자자의 피해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올해 1~9월에 공매도 방식으로 53조 원이 거래됐는데 같은 기간 전체 주식거래대금의 6.33%에 이른다. 2012년 3.03%에서 2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가 7월부터 공매도잔고 공시제를 실시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려 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매도잔고 공시제는 공매도 잔고금액이 전체 상장주식 수의 0.5%를 넘어서거나 공매도 거래대금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제도다.
홍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만약 시행된다면 기관투자자가 공매도했던 기업의 주식을 이전보다 이른 시일 안에 대량으로 다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도 손실을 만회할 여지가 커진다.
이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단기매매 위주로 공매도를 할 수밖에 없어 공매도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공매도 규제법안을 시행한 뒤 공매도의 선행지표인 대차거래 잔고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며 “공매도는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데에도 쓰이는 만큼 규제 시행의 장단점을 잘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