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AI 가전' 왕좌를 놓고, 서로 자사 기술이 더 우수하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출시한 '온 디바이스 AI'(기기 자체 내에서 AI 기능을 제공) 스마트폰(갤럭시S24)과 가전 제품 연동을 앞세워 'AI가전=삼성'이라는 마케팅으로 시장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LG전자가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AI가전=삼성’이라는 마케팅 구호를 견제하기 위해 XR(확장현실) 기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메타의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 프로 홍보화면. < 메타 >
이에 비해 스마트폰 사업을 청산한 LG전자는 모바일 기기와 가전의 연결 고리가 끊긴 것을 감안, 미국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 함께 확장현실(XR) 기기를 개발해 이 XR기기와 가전의 AI 연결성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가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만큼 AI를 활용해 가전 간 연결성을 높이는 스마트홈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해 가전 등 기기 제어를 위한 자체 개인용 모바일 기기가 없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홈은 AI와 사물인터넷(IoT) 기능에 기반한 가전 사이 연결성을 바탕으로 개별 제품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홈 환경에선 휴대전화를 활용해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화가 걸려오면 세탁기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받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1월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와 자사 가전 사이의 연동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회사는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된 실시간 통역 등 생성형 AI 기능을 자사 세탁기에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AI=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LG전자는 2021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만큼 모바일 기기와 연동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개인용 모바일 기기 사업 부재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용 XR 기기에서 새 기회를 엿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메타와 XR 기기 사업을 위한 전략적 논의를 진행했다. 두 회사는 하드웨어 부문을 넘어 XR 기기를 활용한 플랫폼과 콘텐츠 생태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XR 기기를 통해 LG전자 가전과 연결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 AI를 자사 가전에 접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협력해 만드는 XR 기기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출시된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 2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LG전자 >
전자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개발하는 XR 기기가 가전 음성 제어 등 스마트폰이 담당할 연결성 기능을 넘겨받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가전' 시장 선점 차원에서 서로 자사 AI 기술이 더 뛰어나다며 기술력 둘러싼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기업의 신경전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홍보하며 “이 제품을 필두로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 뒤 기자들과 만나 “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의 업(UP)가전”이라며 “세탁기의 제품 경쟁력은 LG전자가 앞선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AI가전=삼성' 마케팅 전략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지난 13일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출시하며 '국내에 판매 중인 동종 세탁건조기의 건조 소비전력이 1천 와트(W)를 훌쩍 넘는 것과 달리 트롬 워시콤보의 건조 소비전력은 570W에 불과하다'고 홍보하자, 이번에 삼성전자가 발끈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에 표기된 건조 소비전력이 1700W로 자사 제품보다 소비전력이 높다는 LG전자 측 주장에 삼성전자 측은 "가동 시 순간적으로 동작하는 최대치를 표기해 놓은 것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내내 그만큼의 소비전력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사 동급 건조기 1회 사용 시 소비전력량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 제품의 소비전력량이 더 낮다"고 주장했다.
최근 두 회사 모두 AI 기능이 강조된 TV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은 13일 ‘네오 QLED 8K’ 출시 행사에서 “2024년형 삼성 TV를 통해 AI TV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용 사장이 ”국내 77인치 이상 초대형 올레드(OLED) TV 시장에서 이미 경쟁사(LG전자) 점유율을 넘어섰다”고 주장하자 그 뒤 LG전자 측은 “용 사장이 인용한 GfK 자료를 신용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