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위기설이 글로벌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미 법무부로부터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받아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008년 금융위기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는데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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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CEO. |
뉴욕증시는 29일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95.79포인트(1.07%) 하락한 1만8143.45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0.24포인트(0.93%) 내린 2151.13을, 나스닥지수는 49.39포인트(0.93%) 떨어진 5269.15를 각각 기록했다.
국내증시도 30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25.09포인트(1.21%) 내린 2042.63, 코스닥지수는 8.62포인트(-1.25%) 하락한 681.21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미국증시 급락에 영향을 받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공세를 펼치며 지수하락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악화돼 지난해 순손실 77억 달러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여기에 미국 법무부가 2008년 모기지담보 증권을 부실판매한 혐의로 벌금 140억 달러(약15조5천억 원)를 부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전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물어야 할 벌금은 충당금적립액 62억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도이체방크발 위기설이 금융시장에 확산되면서 전 세계 증시가 하락하고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달러 및 엔화가치는 크게 오르고 있다.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겪었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마켓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케니 시장전략분석가는 “도이체방크 이야기는 증시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며 “대형 은행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결국에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화로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은 트라우마가 도이체방크 위기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금융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가 흔들릴 경우 유럽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워낙 커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제지 포춘은 “이른바 ‘대마불사’가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면서도 결국 독일 정부의 개입을 예상했다.
독일정부가 구제금융 등 지원에 나설 수 있고 미국 역시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부과로 세계경제에 위기를 불러온 책임론을 우려해 벌금인하 협상 등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도이체방크에 대한 지원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CEO는 28일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일도, 증자도 필요없다”며 회생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글로벌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도이체방크 사태는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지속 및 낮은 경제성장률 등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지속, 자산건전성 우려 확대, 소송비용 증가 등 충당금 부담, 자본확충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