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다올투자증권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을 기점으로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승기를 잡는 듯 싶었으나 고발·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5년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지배구조가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다올투자증권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고 있다. |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2대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 외 1명은 최근 법원에 다올투자증권을 상대로 간접강제 신청을 제기했다.
간접강제란 누군가 법원의 처분을 따르지 않을 때 이를 이행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처분 소송으로 허가된 회계장부 자료 열람 건을 다올투자증권이 이행할 것을 압박하는 의도로 여겨진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다올투자증권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올해 2월 3개 항목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신청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번 김 대표의 간접강제 신청을 놓고 답변서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앞서 회계장부 등 열람 가처분 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다올투자증권을 둘러싼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인데 여기에 다올투자증권이 지난달 20일 김 대표와 부인 최순자씨, 아들 김용진씨, 프레스토투자자문 법인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도 알려졌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올투자증권이 김 대표 측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은 맞다”면서 “다만 구체적 내용은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올투자증권의 지분을 모으는 과정에서 특별관계자와 지분을 10% 이하로 나눠 보유하는 방식으로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사 발행주식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데 김 대표는 지분을 모으는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특별관계인과 합쳐 다올투자증권의 지분 14.34%를 보유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과 2대주주의 대립구도는 3월 주주총회에서도 나타났다.
3월15일 주총에서는 김 대표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차등배당, 유상증자 등 주주제안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이 벌어졌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비롯한 안건들이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지 못하면서 이 회장의 싱거운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후 당분간 잠잠해질 듯 했으나 상대에 대한 소송과 고발로 이어지면서 분쟁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5년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2018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해 다올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2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위협했던 이 회장은 이번에는 경영권을 도전받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연이은 경영권 분쟁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취약한 지분 구조가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회장과 특별관계자 지분은 모두 합쳐 25.1% 수준이다. 자사주 2.7% 가량을 더해도 30%에 이르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자기자본 1조 원대 이하 중소형 증권사 대다수가 대기업 계열사거나 지분율 30%를 넘는 명확한 대주주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회장이 2대주주로 경영권을 위협했던 2017년 당시에도 최대주주 지분은 24.28% 수준이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