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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이사 |
미샤와 어퓨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이랜드의 에이블씨엔씨 인수설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부인했으나 인수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샤가 업계 3위로 내려앉은 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실적이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는 탓이다.
업계는 서영필 대표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인수설 부인했으나 여진은 계속
1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이 삼일회계법인에 에이블씨엔씨 인수를 위한 실사를 의뢰했다는 상당히 구체적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랜드가 화장품사업 진출계획을 발표한 후 코리아나와 한국화장품 등의 회사들이 인수대상으로 지목됐는데 이에블씨엔씨도 그 대상에 오른 것이다.
논란이 확대되자 이랜드와 에이블씨엔씨는 모두 인수설을 적극 부인했다.
이랜드관계자는 “화장품사업 진출에 대한 의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매물을 보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관계자도 “매물로 내놓은 적도 없고 팔 생각도 없다”며 “실사를 하러 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소문이 나오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오래 전부터 화장품사업에 진출한다는 뜻을 여러 번 강력히 밝혔고 미샤는 실적부진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업계를 통해 투자가능성, 평판 등 에이블씨엔씨 관련 정보도 수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랜드가 화장품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이랜드가 하지 않는 화장품사업에 관심이 끌린다”며 “화장품사업은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력있는 회사와 인수합병을 통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블씨엔씨의 최대주주는 지분 29%를 보유한 서영필 대표다. 이외에 사모펀드가 6.5%, 신영증권이 5.3%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소액주주다.
서 대표는 2000년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브랜드숍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이후 세일을 도입하는 등 관행을 깨는 행보로 업계의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다.
미샤를 키워온 서 대표의 행보로 볼 때 지분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서 대표가 위기극복을 위해 지분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화장품 브랜드숍을 장악하고 있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에 맞서려면 풍부한 자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브랜드숍 경쟁심화와 실적정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탈출구가 필요한 서 대표로서 지분 전부가 아니더라도 일부를 내놓고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실적악화, 히트제품 없어 탈출구 안보여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분기 3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줄어든 96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거둔 132억 원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70% 넘게 급감한 수치다.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매출기준 업계 3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 탄생 이후 줄곧 업계 1,2 위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에이블씨엔씨가 2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의 2분기 매출은 98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유지해 예상치를 소폭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관계자는 “브랜드숍 화장품업계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력과 제품 개발력이 뛰어난 대기업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며 “에이블씨엔씨가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출혈경쟁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장품 브랜드숍의 올 1분기 매출순위는 1위 더페이스샵(1389억 원), 2위 이니스프리(1060억 원), 3위 에이블씨엔씨(966억 원), 4위 에뛰드(785억 원)였다. 더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 소속이고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다.
지난해까지 4위였던 이니스프리는 올 1분기에 실적이 급상승해 에이블씨엔씨를 제치고 업계 2위를 차지했다. 에이블씨엔씨가 대기업에 밀리는 모양새다.
서영필 대표는 과거 미샤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있다. 미샤는 2003년 등장한 더페이스샵에 밀려 2005년 처음으로 업계 1위를 빼앗겼다.
서 대표는 해외사업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미샤의 2위가 지속되자 2008년 국내경영에 복귀해 히트상품 행진을 이끌었다. 출시 8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팔린 BB크림, 한방화장품, 업계최초 진동마스카라, 수입화장품과 ‘맞짱’을 선언한 에센스 등으로 미샤는 2011년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이렇다 할 히트제품이 없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전체 매출의 약 0.57% 정도인 23억 원을 썼다. 반면 연구개발비의 3배인 68억 원을 광고 및 판촉비로 사용했다.
KB투자증권 이지연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는 판촉 마케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당분간 차별적 경쟁력을 부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저가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극복할 만한 판촉 이외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