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최고경영자의 승계절차나 후보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대주주의 의중에 휘들리거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기 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밝힌 ‘금융회사 CEO와 경영승계규정 현황분석자료’에 따르면 1분기에 2015년도 연차보고서를 내놓은 금융기업 114곳 가운데 31곳(27.2%)이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규정을 따로 제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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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
금융회사 79곳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맞춰 최고경영자에 대한 경영승계규정을 마련했다. KDB산업은행 등 특수은행 4곳은 최고경영자를 뽑을 때 별도의 법률에서 규정한 임원선임절차를 따르고 있어 예외로 분류됐다.
채 의원은 “기업집단, 금융그룹, 공기업과 비교하면 기타 금융회사로 분류되는 회사들이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규정을 제정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금융지주회사 가운데에서도 KB금융지주가 경영승계규정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채이배 의원실은 2015년 기준으로 자료를 만들었는데 KB금융은 7월에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규정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채 의원은 금융회사에서 최고경영자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거나 후보군을 관리할 때도 모범규준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허술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최고경영자의 후보군 관리내역을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교보증권은 경영승계규정에 ‘후보군은 회사 정책상 대외비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모범규준을 어겼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실적 호조를 이끌어냈지만 교체되거나 기업의 실적이 하락했는데도 연임하는 등 최고경영자의 선임과 경영성과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채 의원에 따르면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이윤종 아주캐피탈 사장 등은 재임기간에 총자산수익률(ROA) 등 경영성과지표가 나빠졌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대부분 지배주주에게 발탁된 뒤 그룹 내부에서 요직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태재 전 NH-CA자산운용 사장과 김영기 전 산은캐피탈 사장은 재임기간에 경영성과지표가 좋아졌지만 교체됐다.
채 의원은 “최고경영자의 자격요건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최고경영자의 교체 여부도 경영성과와 연동해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된다”며 “금융회사들은 최고경영자의 자격요건과 연임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상시적인 후보군관리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