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외 부동산 업황 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악재가 증권사에 상당부분 반영됐으며 오히려 향후 수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본다.
▲ 지난해 말부터 증권사들이 부동산PF발 위기를 겪고 있으나 회사채 발행에선 오히려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의 성공적인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국투자증권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1조551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2년물과 3년물 금리 모두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 금리)보다 0.15%포인트 낮게 책정됐다.
현대차증권도 같은달 16일 1천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600억 원이 몰려 들었다. 이에 2년물, 3년물 금리가 민평금리보다 각각 0.17%포인트, 0.14%포인트 낮게 책정됐다.
마찬가지로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도 공모액의 수 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1월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이 회사채를 완판한 데 이어 2월엔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도 그 뒤를 따르며 증권업계 전반에 회사채 흥행 열기가 번져 나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증권업계의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오피스 공실률 상승, 국내 태영건설 부도 등 부동산PF 위기가 겹치면서 부동산 관련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충당금을 적립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국내외 부동산에서 타격을 입으며 2천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증권도 비슷한 이유로 2023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3.1%, 38.6% 감소했다.
국내 선두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PF 관련 손실을 입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5천억 원대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증권사 회사채가 흥행을 이어가는 데에는 현재의 위기인 부동산 리스크가 점차 가시고 이후에 금융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한다는 전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의 지난해 부동산 관련 충당금은 대부분 보수적인 수준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으며 하나증권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식시장이 온기를 되찾고 있어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축사를 전하는 모습. |
향후 발생 가능한 부동산 리스크에 대비해 충분한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한 결과 추가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을 이미 쌓을만큼 쌓아뒀기 때문에 추가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부동산 시장 추가 위기 발생을 막기 위한 정부의 안정화 노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올해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로 비부동산 부문에서 증권사 수익성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들의 주식과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올해 2월 증시 거래대금이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20조 원대로 늘어나는 등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PF 업황보다는 앞으로의 금융 시장 전망이 더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테니 증권사들의 비부동산 수익 측면에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의 부동산 충당금도 지금까지 수준에선 보수적인 규모가 맞는 것 같다”며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추가적인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