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2-27 14: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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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이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를 영입해 새로운 반도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자회사 SK하이닉스 실적 부진으로 2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는데, ‘반도체 전후방’ 산업으로 투자 영역을 다각화해 수익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이 조직의 반도체 투자전문성을 강화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27일 SK스퀘어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는 조만간 해외 반도체 투자를 위해 설립한 투자법인 TGC스퀘어의 성과를 공개한다.
TGC스퀘어는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이 해외 반도체 기업 투자를 위해 1천억 원을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투자법인이다. 최우성 SK스퀘어 반도체 투자담당(MD) 겸 SK텔레콤 재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TC스퀘어는 미국과 일본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이하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투자를 사실상 마무리했다”며 “출자자들과 협의를 마치면 곧 투자 성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법인 외 자체적으로도 투자할 반도체 기업도 찾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NH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 출신의 도현우 상무를 영입했다. 도 상무는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SK하이닉스에서 D램을 개발을 담당한 엔지니어 출신 애널리스트다. 그는 근 20년 만에 임원으로 SK그룹으로 복귀했다.
도 상무는 현재 지역과 관계없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전력반도체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전후방’ 산업에서 투자처를 발굴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투자처가 확정된다면 지난해 SK쉴더스 지분 매각에 따른 투자성과 8600억 원과 나노엔텍 매각 대금 515억 원, SK플래닛 일부 지분 매각으로 수취한 350억 원 등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SK스퀘어의 투자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이미 반도체로 구성돼 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20.07%) 가치가 현재 약 20조 원으로, SK스퀘어의 전체 순자산가치(NAV) 25조4천억 원의 80% 수준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2023년 2조33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지분법 평가손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 때문이었다. SK스퀘어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의 경우, 매출이 아닌 순이익의 지분 비율만큼 SK스퀘어 매출로 반영된다.
▲ SK스퀘어 본사 T타워. < SK스퀘어 >
따라서 안정적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의 들쑥날쑥한 실적 변동을 보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다.
11번가와 콘텐츠웨이브 등 과거 큰 기대를 모았던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SK스퀘어 입장에서 새로운 투자 수익처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6년 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5분의 1 토막이 난 11번가는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매각이 예정돼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티빙과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박성하 사장은 SK그룹이 반도체 산업에 강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1순위 투자대상으로 반도체 기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팹리스나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따른 의존도를 줄이고, 향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SK텔레콤 사업개발실에서 일하며,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을 도와 인수합병 실무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진행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성장사업에 투자하는 조직 ‘CIO그로스’를 꾸려 반도체 투자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현금성 자산 5065억 원, SK쉴더스 잔여 지분매각대금(미수금) 4500억 원, 올해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을 감안하면 신규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