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불안한 1년차 성적표에 '저인망식 리스크 관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을 늘렸다. 다만 자산건전성 지표는 나빠졌고 순이익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은 크게 줄어서다. 지난해 실적으로 관료 출신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충당금을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리스크 관리에 온힘을 쏟고 있다. |
19일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 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농협금융의 충당금 증가폭은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컸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충당금 전입액은 1년 전보다 168.8%가 늘어난 2조1018억 원이었다.
충당금 증가폭을 우리(112.4%)와 신한(70.8%), KB(70.3%), 하나(41.1%) 등과 비교하면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한 셈이다.
농협금융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 배경에는 핵심계열사 NH농협은행이 충당금을 대거 늘린 영향이 있었다.
농협은행은 지난 한해에만 대손충당금을 1조911억 원을 추가했다.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이에 따라 2022년보다 53.6% 증가했는데 이는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농협금융은 자산건전성 지표가 5대 금융 가운데서도 두드러지게 악화돼 서둘러 충격 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금융의 2023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년 전보다 0.27%포인트 급등한 0.57%였다. KB(0.57%)와 함께 가장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 지표도 다른 은행보다 좋지 않았다.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37%였다. KB(0.31%)와 하나(0.26%), 우리(0.24%), 신한(0.24%) 등이 뒤를 잇는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결국 신년사부터 리스크관리를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그는 “올해 농협금융이 가야할 방향은 명확하다”며 “우선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도 선제적 체계적 촘촘한 그물망식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실적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안정적 기반이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던만큼 리스크관리는 올해 내내 농협금융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실적 성장은 비이자이익 급등세(156.3%)가 이끌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나뉘는데 주로 이자이익에 많이 의지한다.
농협금융의 이번 비이자이익 급등은 특히나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유가증권 운용이익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농협금융도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그룹 순이익은 전년대비 유가증권 운용이익 개선 등 비이자이익 증가 영향이 있었다"며 "연초대비 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유가증권 이익 확대와 수수료 이익의 증가로 전년동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협금융 이자이익은 10.6% 줄었는데 이는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5대 금융 가운데 이자이익이 줄어든 곳은 하나와 농협뿐이었다. 하나금융 이자이익은 0.6% 감소하는데 그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