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2-19 15: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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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왼쪽)이 2023년 8월25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만나 차담회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상의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이하 한경협)가 최근 회원사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과거 재계 ‘맏형’ 경제단체 위상을 회복하려고 절치부심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새롭게 출발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4대 그룹사 회장들이 협회 회장단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일반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한경협의 재계 단체 무게감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정경유착'이라는 주홍글씨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한경협이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이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한경협으로 새출발한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지난해 4대 그룹사에 이어 최근 포스코 등 회원사들이 잇따라 복귀하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 16일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KG모빌리티, 에코프로, 한미약품 등 20개 기업을 회원사로 맞이했다.
현재 한경협 회원사는 모두 427개사로, 과거 전경련 시절 600여 곳의 회원사를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회원사 규모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아직 한경협 활동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4대 그룹은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이었던 일부 계열사가 한경협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합류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아닌 일부 계열사만이 한경협에 속해 있다.
이를테면 삼성은 2017년 2월 전에는 15개 계열사가 회원사였지만, 현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곳만이 회원사다.
회원사 숫자가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삼성 계열사들이 한경협에 내는 회비 규모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삼성은 매년 한경협에 100억 원 가량을 회비로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약 50억 원을 내던 SK, 현대차, LG는 한경협에 복귀한 뒤에도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4대 그룹사 한 관계자는 “아직 한경협 측으로부터 구체적 회비 납부 요청이 없었다”며 “요청이 온다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경제인협회는 4대 그룹을 회장단에 참여시켜 재계 '맏형' 경제단체 위상을 찾으려 하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해 기업들로부터 120억 원의 회비를 받았는데 지출액만 190억 원에 달했다.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전경련 예산의 70%를 부담해오던 4대 그룹사의 회비 납부가 그래서 더 절실한 상황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아직 올해 예산 확정이 안 돼 회원사들에 공지를 보내지 못했다”며 “3~4월경에는 회비 요청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장단 참여에도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경협 회장단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김창범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11명의 부회장을 합쳐 모두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회장단에 4대 그룹 회장 이름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고 있고, 4대 그룹사가 모두 부회장단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4대 그룹사의 다른 관계자는 “정경유착을 방지하겠다는 한경협의 약속이 확실히 지켜지는 것을 확인한 뒤에 회장단에 합류에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주요 IT 업체들이 회원사 가입을 미루고 있는 것도 정경유착이라는 과거 전경련의 전과를 깨끗이 씻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비판적 여론도 여전히 많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비롯해 야당은 여전히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간판갈이’를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한경협은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단체"라며 "4대 재벌 대기업의 한경협 재가입은 반성없이 국정농단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