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에 이어 유럽노선에도 대체선박을 투입한다.
그러나 대체선박 투입으로 자칫 손해를 볼 위험도 있어 물류사태 뒤처리로 정작 경영정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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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내정자. |
22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29일부터 한진해운의 유럽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한다. 앞서 9일에는 미주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향후 한진해운 미주노선과 유럽노선에 각각 4척과 9척까지 대체선박 수를 늘린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로 화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적선사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유럽 노선에도 대체선박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주부터 유럽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하려고 했지만 화주들의 신청이 저조해 출항시기를 미뤘다. 미주노선 대체선박도 화주 모집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2주 늦게 출항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한진해운은 물론 한국 선사에 대한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며 “물류대란이 조속히 해소되지 못하면서 많은 수의 화주들이 이미 다른 글로벌 선사로 떠났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을 갓 졸업한 상태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체선박을 투입하는 등 물류사태 뒤처리에 나서면서 정작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미국노선에 투입한 현대포워드호와 현대플래티넘호가 출항할 때의 선적률은 90%였다. 그러나 두 선박이 돌아올 때의 선적률은 5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환하는 선박의 손익분기점인 선적률은 보통 50%다.
현대상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선적률을 수시로 점검해 손실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대체선박 운행으로 새로운 화주와 연을 맺을 수 있다는 등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우선시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2조 1238억 원, 영업손실 4298억 원을 냈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영업손실액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 컨테이너부문 성수기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터지면서 현대상선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업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운업은 올해 하반기 선박량 공급과잉과 낮은 운임 등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