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또다시 박근혜 정부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지원 논란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출연금 모집 과정에서 전경련이 깊숙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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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전경련 회장. |
전경련 측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해명했지만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경련이 청와대 지시와 권력실세들의 협조 요청을 받으면 돈을 모금하는 기구로 전락한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재단 설립신고 불과 6일 만에 800억 원의 거금을 마련한 두 재단의 설립과 기금 마련에 전경련이 개입돼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여러모로 재단 설립과 기금 출연 과정에서 의혹들이 해명되지 않고 있다”며 “권력실세에 내는 수백억의 돈이 과연 자발적 모금이겠느냐”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후속 대책인 농어촌 상생기금에 돈 한푼 안 내던 대기업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800억 원을 냈겠느냐”며 “(자발적 모금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정권의 개입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지원 논란이 잠시 수면 아래로 잦아든 상황에서 이런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난감해 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 과정에서 전경련이 중간역할만 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단설립 과정에서 일부 역할을 하긴 했지만 정권과 교감설은 없었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출연금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이며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전경련이 나선 것”이라며 “과거 전경련 주도로 추진했던 기업 공동의 사업과 마찬가지로 문화와 스포츠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뜻을 모아 모금을 진행했으며 어떤 외부의 압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경련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전경련에 재단설립을 위해 많게는 수백억, 적게는 수십억의 출연금을 낸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은 정작 돈을 내놓고도 이후 재단 운영에 관심을 보이지도, 참여도 하지 않았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뜻을 모았다고 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재단 출범 후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전경련은 뒤늦게 미르재단에 이사 한명을 앉히는 모양새를 갖췄다. 전경련 측은 “재단을 설립했음에도 이사를 임명하지 않아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전경련 산업본부장이 이사를 겸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출연금 모집뿐만 아니라 장소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창립총회는 각각 2015년 10월과 2016년 1월에 있었는데 총회장소는 모두 전경련 회관의 컨퍼런스홀로 알려졌다. 오영훈 더민주 의원이 전경련 측에 확인을 요구했지만 전경련은 대관기록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전경련은 4월 친여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지원을 했다는 게 드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현 정권과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