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병규 우리은행장 태도가 반 년 사이 180도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때만 해도 다른 은행과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올해 목표로 은행권 순이익 1위를 내세웠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27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
우리은행이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에서 한 발 비껴난 상태에서 기업금융이 성장세를 보이는 점이 조 행장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순이익 1위'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27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1등 은행을 경험해 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해 정말 놀라운, 가슴이 뛰는 우리의 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조 행장은 취임 뒤 처음으로 주재한 경영전략회의만 하더라도 이번과 180도 다른 보수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다른 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KB와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순이익 4등인 상황에서 올해 1위 등극을 목표로 제시한 것인데 조 행장의 자신감 뒷편에는 기업금융 관련 성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말까지 기업대출을 2022년 말보다 6.5% 늘렸다. 하나은행(11.5%)을 제외하면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크게 늘었다.
우량자산으로 여겨지는 대기업대출은 21% 증가했는데 이 또한 하나은행(3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금융 스스로도 19일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우리은행은 하반기에만 15조6천억 원의 우량자산을 늘렸다”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세웠는데 조 행장은 기업금융 영업력 강점을 인정받아 우리은행장에 올랐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 대기업심사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로 지난해 치열했던 '행장 선임 60일 프로젝트'를 거쳐 최종 우리은행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리은행은 조 행장 취임 이후 국내 주요 공단에서 조직적으로 팀을 꾸려 기업영업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적극적 영업활동이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홍콩 ELS사태에서 자유로운 자산관리 분야와 IT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도 조 행장의 실적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을 뒤흔들고 있는 H지수 기반 ELS 판매액이 400억 원대에 불과해 이번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은행이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불완전 판매 등으로 대규 모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우리은행은 순이익 순위가 자연스레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ELS 판매 위축으로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이 역시 우리은행에겐 순위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LS는 은행 비이자이익에서 중요한 자산관리 분야, 특히나 신탁 수수료에 기여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IT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슈퍼앱 출시 기대감도 크다.
조 행장은 이에 따라 27일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IT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우리FIS에서 우리은행으로 전적한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하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우리은행은 사기진작을 위해 조 행장이 취임한 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행원들의 고과평가도 단계적으로 각 개인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젊은 행원들을 중심으로 성과 평가 개선의 목소리가 나와 투명한 성과 평가를 통한 사기 진작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은 최근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금융권 최초 캐릭터 ‘위비’도 복귀시켰다. 위비프렌즈는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앱 ‘위비뱅크’ 대표 캐릭터로 활동했지만 위비뱅크가 ‘우리WON뱅킹’으로 바뀌면서 2019년 활동을 중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기업금융과 IT거버넌스 개편, 글로벌사업 확대 등을 준비하는 한 해로 이에 따라 기업금융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자산관리 영업도 다른 곳에 비해 이슈에서 자유롭다”며 “올해 순이익 1위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