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3년 7월 70만 원대가 깨지고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1월26일 기준 삼성SDI 주가는 36만500원으로 54.5% 추락했다.
올해 1월 들어서만 22.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이 744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이차전지주 에코프로(-15.9%)와 비교해도 주가 낙폭이 더 크다.
▲ 4일 오후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왼쪽 여섯 번째)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가 '산업단지 개발 및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일각에선 삼성SDI는 4분기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계획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SDI는 2023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9천억 원, 영업이익 3893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 영업이익은 21%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4798억 원)과 비교해도 19% 밑도는 수치다.
삼성SDI 주요 고객인 유럽 완성차기업 스텔란티스 관련 매출이 부진했던 탓이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부문에서 삼성SDI 고객 구성은 BMW가 40%, 스텔란티스가 25%, 아우디가 15~2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2023년 3분기 기준 전기차용, 전력저장장치용, 스마트폰용 배터리 등 소형전지 품목의 에너지솔루션부문 매출 비중이 90%, 반도체소재 등 전자재료부문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시장 둔화에도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울산 양극재·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1조 원 규모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투자는 외형 확대와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지만 비용이 늘어나 실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단기적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SDI 주가가 과도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전기차시장 성장 둔화 우려에 따른 이차전지주 전반의 약세를 고려하더라도 삼성SDI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실적 추정치 등을 반영해 삼성SDI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면서도 이차전지 기업 가운데 최선호주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셋째 주 보고서에서 “삼성SDI 현재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고려할 때 역사적 밴드 최하단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매우 높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시장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고급 브랜드는 핵심 고객층을 중심으로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도 BMW, 리비안 등의 전기차 판매는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 사업환경에도 주가 하락이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