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스마트폰 신제품 ‘V20’의 출고가를 이전작보다 높게 매기며 고가전략으로 승부수를 뒀다.
V20에 전후면 듀얼카메라와 고품질 음향모듈 등 고가부품을 탑재하며 하드웨어 성능향상에 초점을 맞춘 데 따라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V20으로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플러스 등과 맞대결을 해야 하는데 조 사장의 이런 전략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 조준호의 고가전략 승부수
LG전자가 20일 V20의 국내 출고가를 89만9800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의 기존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전작인 V10보다 10만 원 정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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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조준호 사장은 그동안 V20의 가격을 놓고 계속해 고심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가부품을 탑재해 성능을 강화했지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작에 밀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V20이 강력한 미디어기능과 카메라기능으로 차별화에 주력한 제품인 만큼 조 사장이 제품경쟁력에 자신을 보이고 수익성도 확보하려면 고가 출시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V20은 최고 수준의 음향기능을 탑재하며 고가 이어폰도 기본으로 제공된다”며 “더욱 깊이있는 멀티미디어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V20은 LG전자 스마트폰사업 반등의 열쇠를 쥐고 있다. G4와 G5 등 기존의 프리미엄 제품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MC사업본부가 4분기째 연속으로 적자를 내는 등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장이 V20에 고가전략을 앞세운 것은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7과 애플 아이폰7플러스 등 하반기 프리미엄 경쟁작에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의 출고가는 한국 기준 98만9800원으로 V20보다 10만 원 높다. 아이폰7플러스의 경우 90만 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애플 아이폰7이 이전작과 변화가 적다는 비판을 받는데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리콜사태를 겪으며 판매가 중단돼 V20의 수요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V20이 차별화한 성능을 앞세워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다면 조 사장의 고가전략은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수익성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 V20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할 경우 실적반등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출시시기와 판매전략이 관건
V20은 전후면 모두 듀얼카메라를 탑재하고 별도의 화면인 ‘세컨드 스크린’, 고품질 음향기능 등을 탑재해 최신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디어기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또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누가’를 세계최초로 탑재한 만큼 소프트웨어에 민감한 소비자의 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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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V20과 사은품 패키지. |
하지만 V20의 미국 출시가 예상보다 늦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LG전자가 초반 물량공급과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할 경우 경쟁작에 시장선점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
샘모바일 등 외신을 종합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V20의 출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재개는 모두 10월21일 동시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늦게 나오면 미국에서 9월16일 출시된 애플 아이폰7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잠재수요를 대거 차지할 공산이 크다.
LG전자는 V20을 고가로 내놓는 대신 다양한 주변기기를 제공한다. 한국 구매자들은 5천 원만 내면 모두 20만원 상당의 블루투스 이어폰과 스피커, 배터리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V20의 음향기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기본제공하는 유선이어폰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사은품의 실제 활용가치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조 사장은 고가전략으로 V20의 프리미엄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사은품 증정으로 스마트폰 주변기기 ‘프렌즈’ 시리즈의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V20으로 스마트폰사업에서 반등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전략을 시험하는 것이 위험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사장은 대중적인 소비자의 수요를 노리기보다 LG전자만의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며 “점유율 확보와 실적개선에 실제로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